[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R&D 투자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정유업체의 2014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383억7900만원의 R&D 투자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1513억 3100만원)에 비해 감소한 규모다. 총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지난해 0.21%로 전년(0.23%)보다 줄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R&D 투자비용도 398억1200만원으로 전년(458억7100만원)보다 감소했다. 다만 총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지난해 0.1%로 전년(0.1%)과 비슷했다.
이들 업체의 R&D 투자비용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재고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정유업체들이 R&D 투자비용을 줄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107.93달러였지만, 7월(106.13달러), 8월( 101.94달러)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9월(96.64달러)에는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가 방침 발표 직후 두바이유가 배럴당 75달러에서 지난해 12월31일 53달러 선까지 속락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R&D 투자비용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관계자도 "정유업체는 유가와 환율 등 경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R&D 투자비용을 탄력적으로 집행한다"며 "지난해에는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R&D 투자비용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긴축 경영' 기조 속에서 R&D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했던 R&D 투자 일부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7600만 달러에 태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를 인수한 SK이노베이션은 박막형 태양전지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지난해 2월 중단했다. 관련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GS칼텍스의 경우 신성장 사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R&D 투자비용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GS칼텍스 관계자는 "2013년에 제 4고도화시설이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됐다"며 "현재 신소재 등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적절한 사업을 찾으면 R&D 투자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R&D 투자비용이 증가한 곳은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지난해 R&D 투자비용으로 전년(109억8700만원)보다 증가한 126억8200만원을 집행했다. 다만 총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0.04%를 기록해 전년(0.04%)과 비슷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며 "유가 하락으로 어렵지만, R&D 투자비용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9억7200만원의 R&D 투자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33억3900만원)보다 증가한 규모다. 총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0.027%로 전년(0.016%)보다 올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다른 정유업체와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사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R&D 투자비용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고, 증가 폭도 유의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조6069억원이나 감소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매출액 40조2584억원, 영업손실 4563억원)와 에쓰오일(매출액 28조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도 큰 폭의 적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액 18조2580억원, 영업이익 192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