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98학번인 가수 이효리씨가 지난 14일 모교 졸업식에 참석해 "인생은 '독고다이(스스로 결정하여 홀로 움직이며 일을 처리한다는 일본말)'"라며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의 그 친구와 손잡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쭉 나아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진한 울림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씨는 축사에서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의 말도, 심지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조금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 것을 들을 이유가 있느냐"며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라며 "이래라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말라,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라고 생각하라"고 일갈하며 축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노래나 한곡 부를게요”라며 자신의 히트곡인 '치티치티 뱅뱅'을 라이브로 부르며 학사모와 가운을 벗어던지는 파격행보를 보였다. 이 곡에는 ‘어차피 나는 혼자’ ‘그 누구도 내게 간섭 마’ '어차피 나는 혼자'라는 가사가 들어있어 마치 자신의 축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듯했다.
이씨의 축사전문을 각종 매체를 통해 보고 듣는 순간 여느 졸업식에서의 유명 인사들의 그 어떤 축사보다 울림이 있었고 시사하는 바가 컸다. 미사여구(美辭麗句)가 들어간 현학적이고 형식적인 축사가 아니라 본인이 본인에게 말하듯, 다이어리에 일기 쓰듯이 자신만의 표현으로 써내려간 축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생 독고다이’.
어차피 ‘본인인생은 본인이 사는 것이니까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본인 의지대로 꿋꿋이 인생을 헤쳐나가라’ 라는, 젊은 MZ세대에게는 특히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14일) 영국의 ‘더 선’지가 아시안컵 축구대회 4강전인 요르단전을 앞두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간에 다툼이 있었고 특히,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간에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이강인의 행동에 이효리씨가 얘기한 ‘인생 독고다이’가 오버랩 되었다.
선후배 선수들간에 의견 다름이 있을 수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어떤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한국적 정서에서 후배 선수가, 그것도 팀의 주장에게 육탄전을 벌이면서까지 반발했다는 것은 진정한 ‘인생 독고다이’와는 결이 좀 다른 것 아닌가 싶었다.
현재까지의 보도에 의하면 이강인 선수가 아주 무례한, 괘씸한 후배로 낙인찍혀 있지만 이강인 선수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실제 담당 변호사가 알려진 바와 사실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고, 이씨가 얘기한 ‘인생 독고다이’의 선의의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조금 심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는 검은색 학사복을 입은 한 남자 졸업생이 축사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부자 감세 철회하라. R&D(연구·개발) 예산 보강하라’는 피켓을 들고 고성을 지르다가 경호원들이 이 학생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그래 저런 것이 '인생 독고다이'지 싶었는데 이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생 독고다이'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다.
“우리회사 직원이 계속 무단결근 하길래 그럴거면 회사 그만두라고 했더니 무단해고 통보라며 고용노동부에 제소하겠다” “회의 때 일 좀 열심히 하자고 강한 어조로 얘기하며 저속어를 나도 모르게 썼는데 노둥부에 제소하겠다,” “이런 일을 왜 나한테 시키느냐?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 아니냐?” 라는 직원들 때문에 기업 경영하기가 싫어진다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대표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이 역시 '인생 독고다이'의 잘못된 사례가 아닌가 싶어 씁슬한 느낌도 든다.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어 내라고 조언한 이효리씨의 ‘인생 독고다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 좋겠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