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미세먼지로 인해 국가가 비상에 걸렸다. 어느 사이엔가 미세먼지 예보는 비나 바람 같은 날씨예보와 함께 중요한 생활정보로 자리잡았다. 당분간은 중국발 스모그에 의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답답한 뿌연 하늘이 점점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국민들은 미세먼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국내 미세먼지 사실상 '중국發'이 원인
미세먼지 발생원인은 자연적 발생원과 인위적 발생원으로 구분된다. 자연적 발생원은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 등이다. 인위적 발생원은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다.
특히 인위적 발생원에 따른 미세먼지는 굴뚝 등에서부터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경우(1차적 발생)와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2차적 발생)로 나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로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에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더해져 고농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석탄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겨울철 난방용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태우면서 발생된 스모그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 오염물질과 섞여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스모그와 국내 차량의 배출가스로 볼 수 있다. 국외 미세먼지가 수도권으로 유입된 후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던 중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더해져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게 된다. 주로 자동차와 냉난방 등으로 인한 질산염과 유기탄소 증가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중국 등지로부터 날아온 국외 미세먼지 영향은 65~74%로 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홍유덕 과장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보면 평균적으로 국내 영향이 50%, 국외 영향이 30~40% 정도 되는데, 겨울철에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국외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몽골,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지만, 절대치로 보면 아무래도 중국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환경과학원은 국외 영향뿐 아니라 국내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영향도 강조했다. 홍 과장은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확인한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국내 배출원의 영향이 확연히 보였다"며 "자동차 배기가스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원인물질 중 하나인 질산염의 농도가 높아졌다. 러시아워와 겹치면 (미세먼지 농도가)급격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은 달랐다. 환경부가 2012년 국내 주요 도시별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차량이 많은 서울은 도로 이동 오염원, 항구도시인 부산은 선박 등 비도로 이동 오염원, 공업도시 울산은 제조업 연소와 생산 공정 등이 주된 발생원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돼 있어 단위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고 지리적 위치나 기상여건 등이 미세먼지 해소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정부 미세먼지 대책 '무책임'
정부가 미세먼지(PM10)는 '부유먼지', 초미세먼지(PM2.5)는 '미세먼지'로 각각 용어를 변경하기로 했지만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발(發) 미세먼지 대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오염물질의 60~80%가량이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편서풍대에 위치한 한반도가 중국에서 부는 북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미세먼지 용어를 바꾸고 이에 따른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대책 마련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4년부터 미세먼지 데이터 수집에 나섰지만 3년이 넘도록 중국발 미세먼지 발생원인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 원인 분석부터 지지부진해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홍동곤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 과장은 "중국에 미세먼지 농도를 줄여달라고 요청하기에 앞서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연구는 계속해 왔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중국 내 미세먼지 데이터 분석 대상을 기존 35개 지점에서 74개 지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중 공동으로 베이징을 포함한 화북지역 등의 미세먼지 발생 경로와 원인도 분석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중 오염물질 정체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한중간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핑계 삼아 우리 정부와의 미세먼지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유철 기후대기정책 환경연구사는 "지구온난화로 오염물질의 이동이나 확산이 저하돼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축적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축적된 물질이 어떻게 이동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는 없다"며 미세먼지 협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