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6 (금)

  • 맑음동두천 -12.7℃
  • 맑음강릉 -7.6℃
  • 맑음서울 -10.7℃
  • 맑음대전 -8.6℃
  • 맑음대구 -6.0℃
  • 맑음울산 -5.5℃
  • 광주 -4.8℃
  • 맑음부산 -4.4℃
  • 흐림고창 -5.1℃
  • 제주 2.4℃
  • 맑음강화 -10.8℃
  • 맑음보은 -9.1℃
  • 맑음금산 -7.9℃
  • 구름많음강진군 -3.0℃
  • 맑음경주시 -6.1℃
  • 맑음거제 -3.2℃
기상청 제공

사람들

【이화순의 아트&컬처】 유쾌하고 행복한 화가 여동헌의 파라다이스

URL복사

아트파크서 5월 25일까지
11번째 개인전 ‘핑크 파라다이스’

그의 그림은 아주 유쾌하다. 행복한 환호성이 그림을 뚫고 들리는 듯하다.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보지 않아도 되고, 난해한 해석도 필요 없다.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작가가 꿈꾸는 파라다이스다. 그림 감상자들도 그 속에서 다 함께 저절로 행복해진다. 여동헌 작가가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11번째 개인전 ‘핑크 파라다이스 Pink Paradise-Romantic Road’를 전시한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나무꾼이 등장하는가하면, 고래가 날고, 페가수스도 힘차게 난다.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네 가족이 봄 소풍 가기 위해 총출동한다면 이랬을까. 분홍 꽃길에는 드라이버와 고양이가 탄 차, 토끼가 올라탄 코끼리, 기린, 사자, 염소가 차례로 달린다. 거북이도 그 뒤에 있다. 선물 상자를 가득 실은 차와 고양이가 올라탄 차를 아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쫓고, 사자 꼬리를 잡은 아이의 행복한 표정도 보인다. 강아지 길고양이와 밥 먹는 아이도 보인다. 콧수염 사내가 운전하는 오픈 카 뒤에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과 외계인 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달린다. 

 

작품 ‘시집가는 날’에는 조선시대 공주의 혼례복을 복원해 그린 활옷 입은 신부와 그녀를 호위하는 12지신, 축하객들이 온통 솜사탕처럼 뭉글몽글한 핑크빛 천지인 꽃 숲을 지나간다. 

전시명으로 쓴 ‘Romantic Road(로맨틱 로드)’는 파리에 체류하며 그림을 그렸던 2012~2013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알프스 산자락까지 걸쳐 있는 ‘로맨틱 가도’를 달렸던 행복한 추억이 바탕이 됐다. 
 

작가는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 같은 한 장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해서 성공한 작가다. 여동헌의 작품 역시 만화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보인다. 디테일을 보면 무척 재미있고 생동감이 넘치며 표현이 매우 섬세하다. 밝은 색조의 색을 과하게 많이 쓰고 있는 데도 화면이 매우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 그가 그린 작품 속에는 동물과 식물, 무생물과 외계인까지 모두 친구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핑크가 솜사탕처럼 녹아내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담긴 즐겁고 행복한 세상이다. 그들이 달리는  길은 온통 핑크빛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녹음 짙은 초록과 핑크의 조화도 멋지다. 

 

50대 중반의 남자 작가가 핑크 핑크한 파라다이스 그림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가 그토록 바랬던 핑크빛 세상을 얻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기에 큰 트라우마가 생겼죠. 부친의 사업이 잘 나가다가 망해 경제적 어려움이 컸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것도 심하게 반대해 갈등이 컸죠. 2남1녀의 장남이었기에 저는 너무나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당시의 상처가 깊었던지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었죠.”

 

한때 병원을 다녀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 작가는 길고양이 밥주는 일을 우연찮게 하게 되어 본인이 많이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누구나 파라다이스를 꿈꾸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겠죠. 핑크빛은 ‘파라다이스’를 표현하기에 좋은 컬러이구요. 한때 어머니를 위해 암 환자 연구를 많이 하면서 핑크색이 치유의 색임을 알게 된 것도 한 이유에요. 저는 돼지도 핑크 돼지로 그리는 등 핑크를 많이 썼죠. 어머니도 암투병을 하셨는데 그린색 양과 핑크색 돼지를 그려 어머님 방에 걸어놓기도 했었어요.”

 

신촌 세브란스를 자주 드나들면서 그곳의 소아암병동에 환우들을 위한 작품을 설치했던 작가는 아이들이 핑크색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도 핑크색은 치유의 색이라고 한다. 

작가는 20대부터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왔다. 지금도 ‘내 스스로 파라다이스의 삶을 살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에게는 파라다이스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파라다이스’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다. 

 

고충환 평론가는 “어른들은 상실된 유년을 꿈꾼다. 억압적인 현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파라다이스를 상상한다”면서 “그렇게 돌고 돌아 마침내 작가의 그림의 전제이면서 주제이기도 한 파라다이스에 당도했다. 실제로는 없는데, 다만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만 존재하는 장소다. 작가는 어쩌면 현대인이 상실한 유년을, 존재가 상실한 원형적인 세계를 꿈꾸고, 상상하고, 복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한다. 

 

추계예술대학교 판화학과를 졸업한 여동헌 작가는 제16회 한국 판화가 협회 공모전에서 ‘대상’, 제1회 신세계미술제-주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판화가협회 대상 수상작가답게 활동 초기에는 남다른 판화가로 활약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입체 판화를 시도했다. 대중과 손쉽게 만나기 위해 작은 시계 같은 일상 용품도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도 그의 주제는 파라다이스였다. 판화에서 회화로 장르를 바꾼 이후에도 파라다이스를 향한 그의 열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스스로 작업 과정과 예술적 선택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얻고, 시력의 변화로 인한 어려움에도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을 통해 한층 발전된 작품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그의 이전 작업에서 두드러져 보였던 검은색 라인이 줄어들고, 대신 효과적인 색면 처리가 눈에 띈다. 심한 노안 중에도 관객들에게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그의 예술적 성장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5월 25일까지.  

<사진 = 아트파크 제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2025 서울아트쇼’ 개막...국내 미술작품 한자리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 14회 '2025 서울아트쇼’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A홀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150여 갤러리가 소장한 전시는 제프쿤스 알렉스카츠 등 해외 작가 작품을 포함해 약 3000여점 규모로 전시한다. 한국미술 오리지널리티 특별전과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 등 다양한 기획전도 함께 마련된다. 특별전으로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김환기,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이중섭, 천경자)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이배, 이건용 외 18인) ▲한일수교 60주년 기념전(쿠사마 야요이 외 19인) ▲스컵처가든(광화문을 그리는 고흐 등 대형조각전)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도 구성돼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아트쇼 운영위원회는 "그동안 '서울아트쇼'는 타 아트페어와 차별화를 하고자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위시해 다양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보다 폭 넓은 문화 향유를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매년 크리스마스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위원회는 "서울아트쇼는 소수의 전유물로서의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시작된 아트페어이며, 앞으로도 더욱 과감하게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쿠팡 “유출자 3천개 계정 이름과 전화번호 등 고객정보 저장 후 모두 삭제...외부전송 無”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유출자는 약 3천개 계정의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이후 모두 삭제했고 외부 전송은 없었음을 밝혔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쿠팡은 유출자를 특정했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음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약 3000개 계정의 제한된 고객 정보만 저장했고 이후 이를 모두 삭제했다. 외부 전송 등 추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디지털 지문(digital fingerprints)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유출자가 쿠팡 고객 정보를 접근 및 탈취하는 데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 드라이브는 검증된 절차에 따라 모두 회수돼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지난 12월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일체 자료를 확보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 왔다”며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기관의 관련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쿠팡은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