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철우 기자] 국내 기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나눔문화는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으나, OECD 주요국과 비교할 때 나눔문화가 아직 선진국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 기능에 대한 인식과 기업의 기부 문화 또한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불평등 해소 역할
나눔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자본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로 미국의 경우 나눔관련 산업 규모가 GDP의 5.4%, 고용도 10% 정도를 담당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나눔문화의 특징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기부와 1인당 GDP/지니계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기부가 많아지며,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면 기부라는 나눔 행위를 통해 소득불평등도를 줄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눔은 한 국가의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개인 관점에서도 나눔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청소년의 자원봉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60세 이상 고령자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각 연령대간 나눔의 연결사다리가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꾸준한 개인기부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종교적 이유의 기부가 많고 환경이나 문화 등 다양한 나눔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계획기부인 유산기부는 미국에서 전체 기부액의 약 8%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발달하지 못해 이벤트성 기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백만달러 이상 기부가 1000회 이상 총 141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에 비하면 고액기부 문화가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은 전체 기부 참여자가 34.5%인데, 현금기부를 하는 사람은 32.4%나 되는 반면 물품기부를 하는 사람은 5.9%에 불과하다. 또한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DAF, CRT 등 다양한 기부방법들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NPO는 2013년 약 2만 여곳에 불과해 미국의 150만개, 영국의 16만개에 비하면 현저히 부족하다. 또한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국내 NPO의 기부금 수익은 4조원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3년 세제개편에 따라 기부금 역시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화하면서 고액 기부일수록 혜택 감소폭이 커진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탄력적인 기부 관련 세제 운영을 통해 나눔 축소 우려를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업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 개념으로 지속돼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또한 ‘사회적 책임’ 수준으로 확대 체계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와 지자체,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활성화 방안’ 보고서(김인희 책임연구원)는 CSR 활동 활성화를 앞당기는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주요 기업 234개사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013년 한 해동안 약 2조8114억원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점차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자체를 위한 활동으로 인식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취약계층 지원(33.9%)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CSR) 활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소비자들의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 사회 공동의 이익창출에 유익한 활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 또는 다른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치중하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목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단순히 사회적 책임 활동을 수행하는 전담부서의 전문성 결여를 지적하기 보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환경적 관심사를 수용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CSR 활동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지표보다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의 경영전략에 CSR 활동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시 소속 유관기관 가운데 기부가 가능한 재단이 주도해 일반 기업과 연계할 수 있는 CSR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서울시에 적합한 공공서비스를 유형화하고 각 부처 산하기관과 관련기업과 유관기관이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