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골프잡지에서 골퍼들의 ‘워스트스코어(worst score)’를 공모했다. 238타를 친 기록표를 제출한 골퍼가 우승을 했다. 그는 첫라운드 때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120타 이상을 기록해 본적은 없다고 밝힌 다음에, 호수 한가운데 우표딱지처럼 동그마니 떠있는 파3홀에서 33개의 공을 물에 빠뜨렸다고 했다. 34개째의 공은 67타가 되는 것이니까 두 번의 퍼팅으로 마무리를 해서 69타를 기록했고, 또, 항아리를 묻어놓은 것 같은 벙커에 빠진 공을 꺼내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공은 날아 들어가고 사람은 계단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공도 한칸 한칸 계단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라운드를 했는데, 내가 비슷한 꼴을 당했다. 여성티를 페어웨이 앞쪽으로 많이 뽑아놓아서, 여성에게 심심한 배려를 하는 듯이 보이는 골프장이었다. 나처럼 드라이버 샷의 거리가 평균이하인 여성골퍼도 모든 파4홀에 파온이 가능할 만큼 페어웨이가 짧았다. 그린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 벙커와 그린의 앞쪽에 꽂힌 깃대가 압박을 주었지만 나는 과감하게 공격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그린에 공이 떨어져도 산자락의 둔덕에 떨어져도 벙커의 아가리 속으로 공이 흘러드는
타이거우즈와 같이 라운드하는 것, 전자감응장치가 달린 퍼터를 개발해서 아무도 몰래 사용해보는 것,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싱글타수를 기록하는 것, 언제나 지갑을 훑어가기만 하는 친구를 앞지르는 것, 골프 못하게 하는 마누라하고 이혼하는 것, 페블비치 골프코스를 밟아보는 것, 홀인원을 해보는 것..... 골퍼의 소원들이다.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은 덜덜 떨면서 말한다. 꿈만 같다고....박세리가 골프연습생일 당시의 꿈은, LPGA에 진출하여 케리웹이나 애니카 소렌스탐하고 같이 경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세리는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세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꿈만 같다고.... 그러나 박세리의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 만큼의 우승이 목표일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을 때의 꿈은, 한양CC에서의 라운드였다. 대학교에 다닐 때, 경기도 고양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 일요일이면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놀러가고는 했다. 친구네는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우리는 누렇게 벼가 익은 논에서 허수아비와 나란히 서서 그악스럽게 날아와서 이삭을 쪼는 참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하늘 한 귀퉁이가 찢어진 듯 장대비가, 아니 기둥비(이런 단어는 사전에 없지만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를 장대비라 한다면, 하늘과 땅을 잇는 물기둥이 선 듯이 퍼붓는 비를 나는 기둥비라 부르고 싶다.)가 땅을 헐어내고 있다. 오늘은 골프 약속이 있었다. 골퍼들의 골프약속은 칼처럼 예리하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번개가 치나 티오프시각 30분전에 클럽하우스 집합이다. 예외는 골프장의 휴장 뿐이다. 엊저녁의 호우주의보가 오늘 아침에 호우경보와 낙뢰주의보로 바뀌면서 골프장 측으로부터 휴장 통고가 왔다. 비옷과 우산과 장갑도 5개나 챙겨넣었는데, 맥이 풀렸다. 오늘 하루는 할 일없는 백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긴 기상대에서는 일주일 전에 오늘의 장마와 태풍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기상대의 일기예보가 미쓰샷이기를,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를 소망하며 부킹을 따내는 사람들이 골프광이지 않은가.골퍼들에게 물어보라. 내일의 일출은 몇 시이며 일몰은 몇 시 몇 분인지, 다음주 수요일의 최고 기온과 강수확률과 강수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골프장의 부킹시각은 일주일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골퍼들은 일주일 후의 날씨에도 예민하다. 무엇을 할까. 옷장에
만천하에 공개되면 창피하지만 가까운 친구들 앞에선 자랑을 못해서 안달하는 경험 중에 혼외정사와 음주운전이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왜 그런 것을 훈장처럼 내보이려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제가 가슴이 아프거든요.”봄이 여자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가을엔 남자들이 더 고독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연속해서 세 홀을 헤매던 김 이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공 안 맞는 것하고 가슴 아픈 것하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병이 들었다는 개인사를 사랑의 고백인양 내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일 까닭은 더욱 없다. 가슴이 아프기로 들면 내가 훨씬 더 아프리라. 나는 가슴과 머리가 동시에 쓰리고 아리다. 엄청난 손재수를 당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난데없는 유산상속이나, 눈먼 돈이 생기는 길뿐이다. 누구를 붙들고 하소연한다고 도움이 있을 것도 아니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슴과 골치를 앓고 있다. “엄살 부리지 말고 빨리 쳐요. 이제 몸 풀렸으니까 잘 될 겁니다.”김 이사는 자분치가 희끗거리는 40대 후반의 남자다. 명예를 존중할 줄 아는 기품이 있는 신사이다. 그리고 나와는 막상막하의 골프실력을 가진 호적수이다. 서로 핸
골퍼의 가방 안에는 공, 티, 그린포크, 비옷, 자외선 차단제, 장갑 등이 들어있을 것이다. 내 가방 속에는 몇 가지가 더 들어있다. 고무줄과 지사제(止瀉劑)와 양말이다. 지사제의 용도는, 술은 즐기지만 위장(胃腸)이 예민한 골퍼라면 알 것이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뱃속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꾸루룩 꾸루룩 요동치는 내장들을 정리정돈하려면, 화장실을 풀방구리에 쥐가 드나들 열심히 드나들어서 엊저녁에 마신 발효된 액체를 몸 밖으로 쏟아야 한다. 그러나 골프코스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샴페인이 분출하려는 것을 코르크 마개로 막듯이, 효능이 강한 지사제로 막아줘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슬이 걷히지 않은 아침에 라운드를 하다가 젖은 신발의 앞부리가 입을 벌리는 통에 난감한 경우에 처한 적이 있다. 지혜롭게도 이런 상황을 예견했는지 고무줄을 가지고 다니는 동반자가 있었다. 나는 고무줄로 감발을 하고 나머지 라운드를 마쳤다. 양말은, 그렇게 지혜롭게 고무줄을 내게 빌려준 동반자의 뜻을 받들어 나도 남에게 선행을 베풀기 위해 가지고 다닌다. 철수씨와 나는 오래된 친구이다. 남자는 죽마고우 여자는 소꿉친구라고 한다는데, 철수씨는 땅따먹기도 같이하고 팔방놀이도 함께
To Sir with LOVE나에게 골프를 지도하는 프로와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이나 얼굴을 대한다. 내 쪽에서 보면, 같이 살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잦게 만나는 사람이다. 나도 지겨운데 사부 역시 질리고 물릴 것이다. 나는 그 지옥에서 벗어나 사부를 안 보고 사부의 잔소리도 안 듣는 천국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필드에 나갔다가 공이 좀 잘 맞았다 싶으면 탈출을 시도한다.“선생님, 드디어 하산의 날이 왔어요. 앞으론 망 안에서는 안 놀고 들에서만 놀겠어요. 수 년 동안 투자한 자금도 회수해야겠고... 팬들도 관리해야 하니까... 앞으로는 제 얼굴보기 힘들 거에요.”이러면서 연습장 탈의실 옷장에 쑤셔 박아 두었던 헌신발이며 고린내 나는 신던 양말까지 챙겨가지고 나온다. 그런 나를 사부는 붙잡지 않는다. 니 마음대로 하시라이다. 하지만 달포도 못 버티고 다시 망 안으로 돌아온다.“팬 사인회 하시느라 바빠서 닭장은 영영 발 끊은 줄 알았는데, 누추한 곳엔 어인 왕림?”예수님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한 마리의 잃어버린 양을 더 애타게 찾았다는데, 다시 돌아온 제자에게 따뜻한 위로의 대사라도 읊어주면 좋으련만, 사부는 인정머리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다. 애물단
나는 여고시절에 잠시 기숙사에 들어가 있었다.이불보따리를 풀던, 첫날 저녁이었다. 환영회를 한다고 선배들이 나를 비롯한 신참들을 불렀다. 환영회를 한다는 방으로 내려가니 먼저 입사한 상급생, 동급생들이 방 가장자리에 빙 둘러 앉아있었다. 방 가운데는 한말들이 커다란 주전자와 대접, 새우깡 몇 봉지, 사과 몇 알이 놓여있었다. 환영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앉게 분위기가 썰렁했다. 우리 신참들이 주눅이 들어 어정쩡하게 서있으려니 왕선배가 우리더러 주전자 옆에 앉으라 했다.“자, 기도 합시다.”환영회는 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성가도 부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까지 했다.이 즈음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 화기애애한 선후배의 상견례가 이루어 질 줄 알았다. 헌데 방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만 있었다.“우리 고참들이 너희들에게 주려고 과자하고 성당 뒷산에서 약수를 길어 왔으니 많이 먹도록 해라.”실내는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들릴 만큼 조용한데, 기도를 주선한 선배가 냉면 그릇 같은 대접에 물을 가득 따라 주면서 명령했다. 선배들은 차례대로 대접을 채워서 신참들에게 건네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그릇을 비울 때마다 선배들
우리 부부는 골프를 할 때 꼭 내기를 한다.주머닛돈이 쌈짓돈일 텐데 무슨 내기냐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부부가 비정한 도박의 세계까지 도달하게 된 데는 우여곡절이 있다.서양에서도 남편에게 자동차 운전을 배우면 이혼한다고 한다. 남편에게 골프를 배우면 더 그렇다고 한다. 우리도 이혼의 위기까지 갔었다. 그 위기를 극복하게 된 전환점이 내기이다.A부부와 같이 골프를 할 때면 캐디가,“저기 두 분 정말 부부 맞아요?”하고 묻는 일이 왕왕 있다. A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서 티를 꽂고 공을 놓아준다. 공을 날릴 방향을 잡아 어깨와 발을 정열을 시켜 주고 내려와서는,“치세요”존댓말까지 써준다. A는 아내를 따라다니며 클럽도 골라주고 디봇도 수리해주고 벙커정리도 해준다.또 B부부는 A부부와는 정 반대이다. 아내가 티샷을 하고 공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마무리 자세를 잡고 페어웨이를 바라보면,“빨랑 내려오지 않고 머 해!”B는 아내에게 면박을 준다.내 남편은 딱 중간이다. A처럼 살갑게 굴지도 않고, B처럼 뭇 사람들 앞에서 내게 면박을 주지도 않는다.“쳐.”간단한 단어 하나로 절도 있게 명령한다. 그 때문인지 A의 아내의 골프실력은 나보다 못하고 B의 아내는 나보다
***19홀. 파(?). 핸디캡(?). 오직 신(神)만이 설계할 수 있는 홀이라고 일컬어짐. 골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홀. 페어웨이는 구릉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음. 그린은 초봄의 갓 돋아난 풀잎같이 향긋한 내음을 풍기며, 누르면 즙이 흘러나올 것처럼 촉촉함. 특히 홀인되는 순간은 현악기의 현이 울리는 듯, 파르르 떠는 소리가 남.***[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자주해도 질리지 않으므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한다.]"생맥주....한 잔해야죠?"입가의 거품을 혀로 핥으며 꺽정씨가 말한다. 18홀 라운드를 마쳤고 샤워까지 마쳤는데 어찌 생맥주로 목을 축이지 않을까 보냐. 클럽하우스의 식당에 들어와 의자를 당겨 앉기도 전에 흰 거품의 모자를 쓴 생맥주가 탁자에 놓인다."민호씨, 오늘은 도망 안 가나요?"경희가 민호씨를 놀리느라 하는 말이다. 민호씨는, 지금은 재혼을 해서 라운드 후에 느긋한 시간을 즐기지만, 데이트에 열을 올리던 지난해에는 급한 약속을 핑계로 사라져버리고는 했다.그런 민호씨를 볼 때마다 어느 골프광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 남자가 골프라운드를 마치고 애인과
***18홀. 파4. 340미터. 핸디캡1. 페어웨이는 좁고 길며 오르막 구릉임. 페어웨이 중간에 우람한 소나무가 버티고 있으며 좌우 모두 벙커. 좌측 벙커는 오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함. ***[신이 내린 스포츠, GOF SEX. 정복이 힘들수록 더욱 매력을 느끼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내가 골프코스를 설계한다면 절대로 난이도가 높은 홀은 마지막에 놓지 않겠다. 공략하기 어려운 마지막 홀은 골퍼들의 희망을 깬다.나는 아직 싱글타수를 쳐보지 못했다. 최고기록이 82타이다. 물론 최고기록도 나의 홈구장인 이 골프장에서 이룩한 타수이다. 마지막 홀이자 핸디캡이 1인 홀에서 적어도 파를 잡아야만 싱글타수를 칠 수 있다고, 자주 함께 라운드를 하는 친구들은 단언했다.핸디캡 1이라고는 해도 특별히 골퍼를 골탕 먹이는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페어웨이가 좁고 가파른 비탈의 오르막이며 파4홀로써는 다른 홀보다 길뿐이다.나는 82타를 비롯하여 83, 84, 85타의 기록은 스무 번 쯤 된다. 82를 치던 날도, 83을 치던 날도 17홀까지는 9오버 파였었다. 18홀에 와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해서 꿈에도 그리는 싱글타수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코스설계를
***17홀. 파4. 288미터. 핸디캡15. 핸디캡이 말해주듯이 만만한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180미터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며 그린까지는 내리막. 200미터 지점의 페어웨이 좌측부터 한가운데까지 커다란 벙커가 누워있음. 티샷의 슬라이스는 소나무 숲이, 훜은 벙커가 공을 기다리고 있음.***[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풀이 너무 길면 무기와 엉기는 수가 있다. 초보자는 풀숲에서 헤맨다.]이제 두 홀 밖에 남지 않았다. 승헌씨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골프에 매료되고 미치면 골프가 삶의 축이 된다. 처음 골프를 배웠을 때는 나는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숙녀회에 가입해서 필드에 나갔었다. 그러다가 집안 사정으로 아이들은 서울로 보내고 남편은 D시에 남았다. 나는 일주일을 서울에서 4일, 지방에서 3일로 쪼개서 살아야만 했다. 자연히 골프 동반자들이 다 떨어져 버렸다. 서울에 부킹이 있을 때 나는 지방에 있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에 겨우 한번이나 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낮에도 밤에도 꿈에서도 골프가 그리웠다. 하던 운동을 안 하니까 변비도 생기고 근육도 탄력을 잃었다. 신체의 어디랄 것도 없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골프만이
***16홀. 파4. 358미터. 핸디캡3 그린까지 계속 오르막. 실제 보다 훨씬 멀게 느껴짐. 그린 쪽으로 갈수록 페어웨이의 폭이 좁아지므로 정교한 공격이 요구됨.***[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첫 번 공격에 실패했을 경우 페널티를 받고 재차 시도할 수 있다.]바람이 불고 있다. 회오리바람이 뉘누리를 일으키며 나뭇잎을 비질하듯 쓸어 모아 하늘로 말아 올린다. 마치 바람이 생명체인양 짓궂은 장난을 한다. 치마 속으로 들어와 치마폭을 범선의 돛처럼 부풀린다. 바람은 개구쟁이 수컷인가. 세어볼 것도 없이 여지까지 꺽정씨가 친 타수는 1언더 파이다. 이번에는 어떤 명기가 펼쳐질까 다들 숨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고 있다."어어?"꺽정씨가 드디어 명기를 보여준다. 그의 공이 추사선생의 난초 잎처럼 포물선의 궤적을 그으며 날아간다. 가히 예술적이다. 보는 이들의 체증이 내려가게 시원한 오비를 한방 날려준 것이다."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오비여..."야지랑스러운 넉살은 경희가 부렸지만 민호씨도 웃고 있다. 인간이라면 실수도 좀 있어줘야 인간답지 않은가.완전무결한 존재는 신(神)이다. 하느님도 벼락을 때릴 때 슬라이스를 내서 죄 없는 고목나무를 때린다고 골프육법
*** 15홀. 파3. 153미터. 핸디캡9. 굴뚝처럼 올라간 포대그린. 그린 오른 쪽은 깊은 벙커. 페어웨이 왼쪽은 벼가 누렇게 익은 논으로 이루어진 오비지역***[신이 내린 스포츠, Golf Sex. '넌 즈로'로 정복하기도 한다.]프로 골퍼 치치 로드리게스는 '골프는 옷을 벗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골프란 옷을 입고도 벗고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뜻이겠다. 누드촌에 있는 골프장에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알몸으로 골프를 한다고 한다. 외눈박이만 사는 곳에선 두눈박이가 장애자이듯이, 다 벗고 알몸으로 사는 곳에서는 옷을 걸친 사람이 우스꽝스럽게 비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누드촌이라도 그린에서는 쭈그려 앉아서 퍼팅라인을 읽을 것이다. 그럴 경우, 남자들은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겠지만, 여자들은 아무래도, 왠지, 좀 불편할 것 같다. 내가 남보다 상상력이나 호기심이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망측한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꺽정씨가 돌아서서 바지를 다시 입고 있다. 바지 밖으로 기어 나온 셔츠를 집어넣고 있다. 허리띠에 붙은 금속 띠쇠가 절렁절렁 부딪쳐서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