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골프칼럼

[김영두 골프이야기]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URL복사

***19홀. 파(?). 핸디캡(?). 오직 신(神)만이 설계할 수 있는 홀이라고 일컬어짐. 골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홀. 페어웨이는 구릉과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음. 그린은 초봄의 갓 돋아난 풀잎같이 향긋한 내음을 풍기며, 누르면 즙이 흘러나올 것처럼 촉촉함. 특히 홀인되는 순간은 현악기의 현이 울리는 듯, 파르르 떠는 소리가 남.*** 

[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 자주해도 질리지 않으므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한다.]


"생맥주....한 잔해야죠?"

입가의 거품을 혀로 핥으며 꺽정씨가 말한다. 18홀 라운드를 마쳤고 샤워까지 마쳤는데 어찌 생맥주로 목을 축이지 않을까 보냐.  클럽하우스의 식당에 들어와 의자를 당겨 앉기도 전에 흰 거품의 모자를 쓴 생맥주가 탁자에 놓인다. 

"민호씨, 오늘은 도망 안 가나요?"

경희가 민호씨를 놀리느라 하는 말이다. 민호씨는, 지금은 재혼을 해서 라운드 후에 느긋한 시간을 즐기지만, 데이트에 열을 올리던 지난해에는 급한 약속을 핑계로 사라져버리고는 했다. 

그런 민호씨를 볼 때마다 어느 골프광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 남자가 골프라운드를 마치고 애인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각에서 무려 2시간이나 늦어버리게 되었다. 

"오늘은 정말 불상사가 일어났어. 자기가 이해를 해줘야 해."

화가 나서 핸드백을 들고 일어서는 여자를 붙잡으며 남자가 애원했다. 

"홀마다 몇 팀씩 밀려있었다는 얘기? 아니면 동반자가 이글턱을 냈는데 빠질 수 없었다는 얘기?"

남자의 애인은 골프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서당개 삼년에 풍월 읊는다고 골프 용어 몇 개는 알고 있었다. 

"자기도 알지? 내 친구 덕기말야. 걔가 같이 골프를 하다가 죽었어."

"뭐라구요? 친구가 죽어요? 그래서 장례를 치르느라 늦었단 말이죠?"

이 순간만을 얼렁뚱땅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 여자는 한껏 빈정대면서 코웃음을 쳤다. 

"아니, 장례는 내일 치르기로 했지만.... 그 녀석이 10홀에서 퍼팅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어. 상상을 좀 해 보라구. 그린에서 녀석을 끌어내리고, 드라이버 치고, 공 떨어진 곳까지 녀석을 옮기고, 거기서 다시 세컨샷을 하고, 또 시체를 옮기고, 퍼팅을 하고, 이렇게 나머지 홀을 시체를 끌고 다니면서 라운드를 마쳤으니 시간이 얼마나 걸렸겠어. 점수는 또 얼마나 엉망이었겠어."

이렇게 흉물을 떨었다고 한다. 

세간에 회자되는, 골프에 관한 우스개 중의 하나이다. 골프광에게는, 친구의 죽음보다도, 양귀비만큼 요염한 애인과의 약속보다도 골프가 우선한다는 점을 과장해서 지어낸 얘기임이 분명하다. 

물론 민호씨는 그런 얼토당토 안한 거짓말을 할 위인도 아니려니와, 친구의 죽음도 나 몰라라 하고 나머지 8홀을 마저 돌 미친 골프광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미워하는 후배가 있다. 내가 그녀를 미워하는 이유는, 선약을 깨고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 나와 철통같이 약속을 해놓고도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으면 만사 젖히고 달려간다. 여자가 남자에게 버티는 맛도 있어야 할 텐데 남자가 당기면 당기는 대로 끌려간다. 그녀는 아마도 남자친구에게 나하고의 선약을 팽개치고 달려왔다고 야스락거릴 것이다. 

"넌 자존심도 없니?"

내가 꾸짖으면 그녀는 언니 미안해, 를 연발하다가 주저하며 말을 꿴다. 

"시집가야 하잖아."

하기야 나이가 마흔에 가까운 노처녀에게 결혼이란 최급선무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녀의 배신을 못 참겠기에 매번 심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언니, 그 사람이 나 사랑한다고 했어. 결혼하자고 했어."

나를 팽개치고, 선불 맞은 송아지처럼 달려 나가더니 돌아와서 너스레를 늘어놓았다. 

"그래, 그 사랑 타령, 언제 한 거야? 차 마시면서? 술 마시면서? 섹스 도중에?"

나는 심사가 꼬여서 듣기에 거북한 언사도 걸러내지 않고 뱉었다. 

"아냐. 나 며칠 전에 그이가 머리 얹어줬잖아. 결혼해서 같이 골프하자고 했단 말이야."

후배는 막 골프에 입문하던 참이라 골프의 블랙홀 같은 흡인력을 모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배워보라고 권하던 운동이니까, 애인 따라서 연습장 출입을 하다가 엉겁결에 머리를 얹은 것이다. 

데이트에 바쁘고 생업에 쫓기는 그녀를, 나도 자주 만날 시간이 없어서 피차에 소원하게 보냈는데, 몇 달 후에 그녀에게서 결혼 청첩장이 날아왔다. 

"한반도에 장마전선이 지나갈 때로구만.... 비가 온다고 결혼식을 못할 것은 없지만서두..."

그 동안 이 언니에게 전화도 없이, 둘이서 닭살 돋게 놀아나는 꼴이 마땅치 않아서 고운소리가 안나왔다. 

"언니, 어떻게 알았지? 실은 기상청에 물어봐서 천둥 번개 칠 확률이 높은 날로 잡았어."

"요강단지에 사과를 넣어가지고 시집을 가면 금슬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천둥 번개 치는 날 결혼식 올리면 깨소금 쏟아진다는 유언비어는 금시초문인데?"

"아냐, 우린 그런 속설은 안 믿어."

"오호라,  네 신랑 친구들이 비가 오는 날이라야 골프 못하고 예식에 참석할 테니까?"

"그게 아니라 친구들 공치는데 우리만 심심하게 결혼식하고 있으려면 억울하잖아."

불과 반 년만에, 사람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싶었다. 그녀도, 따분한 결혼식보다는 필드에서 공을 치는 편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할 만치 골프에 빠져버린 것이다. 

인생의 선배로써, 골프의 선배로써 내가 그녀에게 해줄 말이란, 잘 먹고 잘 살아라, 밖에 없었다. 덧붙인다면, 건강을 위하여 낮에는 열심히 (공을)치고, 금슬을 위하여 밤에는 열심히 하고....

며칠 전, 그녀는 전화 속에서 말했다. 

"언니, 우리 그이는 말이야. 누가 골퍼 아니랄까봐 밤마다 홀인원이야. 단번에 홀인이라니까."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데, 곱씹다 보니 말의 뜻이 잡혀주었다. 

"솔직히, 홀인원이란 일생에 한 번이나 할까 말까하기 때문에 값진 거야. 페어웨이를 두루 탐사하면서 새가 우짖는 소리도 듣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삭막한 벙커에서 헤매고, 풀숲에서 길도 잃어봐야, 골프가 맛있고 재미있는 줄을 알게 되는 거지. 니 남편에게 전해. 홀인원만 좋아하지 말라고...."

"김작가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맞춰볼까?"

꺽정씨가 어깨를 툭치는 바람에 후배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꺽정씨가 싱글싱글 웃음을 물고 있다. 나는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지만 짐짓 다른 소리로 둘러댔다.

"오늘, 어느 홀에서 실수가 많았던가 돌이켜 복습하고 있었어요. 퍼팅... 역시 퍼팅이 난조였어요. 구멍 찾아 넣는 것은 역시 꺽정씨를 따를 사람이 없음도 새삼 깨달았고."

"퍼팅은 내기를 해야 늘어요. 신중해지거든요. 다음번은 옷 벗기 내기합시다."

"옷 벗기 내기보다는 옷 입기 내기가 낫지 않겠어요? 애초에 아담과 이브처럼 다 벗고 시작해 봐요."

꺽정씨와 경희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농담에, 19홀에도 웃음꽃이 만발한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美해경 "볼티모어 사고 화물선, 교량충돌 직전 항구서 엔진 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해안경비대는 27일 (현지시간)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아래에서 동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한 사고 화물선이 사고 전에 "정기 엔진수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교각이 무너지면서 다리 위에서 일하다 물속으로 빠진 6명의 인부가운데 2명의 시신이 이날 수습되었다. 나머지 희생자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안경비대는 모든 구조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26일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한 선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27일 선박의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희생된 두 남성의 시신들은 이 날 오전 교량의 중간 지점의 7.6m깊이의 물속에서 빨간색 픽업 트럭 안에 탄채로 발견되었다고 메릴랜드주 경찰국의 롤란드 버틀러 경감이 저녁뉴스 시간의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새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멕시코 이민 출신으로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알레한드로 푸엔테스(35)와 과테말라 이민으로 메릴랜드주 던도크에 살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로 확인되었다. 수색팀의 구조는 일단 끝났지만 앞으로도 음향 탐지기 등을 통해서 무너진 다리 밑 부근에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희생자들의 차량을 계속

정치

더보기
정희용, 고령군‧성주군‧칠곡군 교육복지 강화 및 광역교통망 구축 공약 발표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27일,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 세 번째 공약인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을 공개했다. <삶을 바꾸는 주민 중심 교육복지 강화‧광역교통망 구축> 공약의 지역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령군은 지난 1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업 기본설계 시 고령역이 차질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관광시설 등과의 연계로 생활 인구와 유동 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성주역 건설과 동서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주군을 동서교류 확대와 경제․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연결함으로써 지방소멸에 적극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칠곡군의 경우 2030년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에 발맞춰 관내 정거장 설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2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시작 단계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향후 노선에 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중국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른북스 출판사가 정치/사회 신간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펴냈다. 중국은 우리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끊이지 않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본심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국가라고 말한다. 그들은 내면에는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DNA가 새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은 대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에 잠잠하지만, 대만만 중국의 손아귀에 넣고 나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낼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미래’의 저자는 중국에서 자신이 느꼈던 중국의 저력과 문화적 본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시때때로 한반도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중국의 힘이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중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남북한 이슈, 국내외 정치 등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저자 나름의 정세 분석이 담겼다.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챙기는 삶 되어야
아빠와 딸이 자동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여행을 가고 있는데 기름이 바닥났다는 경고등이 켜지자 아빠와 딸은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어야 한다며 근처 주유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 바로 2~3분거리에 주유소가 있는데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다른 주유소에 비해 많이 비쌌고 반면 10~15분 정도 거리에는 휘발류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주유소가 있었다. 기성세대(꼰대)인 아빠는 당연하다는 듯이 10분, 15분 정도 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값이 많이 싼 주유소를 가겠다고 주장했고, MZ세대인 딸은 눈앞에 주유소를 두고 왜 멀리 떨어져 있는 주유소를 가냐며 결국 언쟁을 벌이다 아빠의 주장대로 값이 싼 먼거리의 주유소로 가서 주유를 하게 됐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주유 대기를 하는 차는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주유를 하게 되었는데 딸이 아빠에게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아빠는 가성비만 알고 가심비는 모르냐?”고 쏘아붙인다. 주유를 마친 아빠와 딸은 마침 식사시간이 되어 근처 식당을 가게 됐다. 메뉴판에 있는 많은 음식들 중에 아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중 거의 제일 저렴하면서도 대중적인 김치찌개, 된장찌개였고, 딸의 눈에 들어온 메뉴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