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분야 대기업들이 이달 중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열고 지배구조를 정비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일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와 LG디스플레이에 이어 18일 LG전자·LG이노텍·SK하이닉스가 주총을 한다.
삼성전자는 '주주 친화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바꾼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별도로 선임할 방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하는 기존 정관을 바꿔 사내외 등기이사 가운데 의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정관이 바뀌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의장을 맡을 것이라면 굳이 정관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외이사를 선임되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면 주주를 대신해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 대부분 기업은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삼성 그룹 전체의 이사회 문화가 바뀌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또 제삼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를 100분의 30에서 100분의 2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변경하는 안건을 올렸다.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서다. 연간 두 차례까지 가능했던 배당을 분기마다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한자로 작성된 정관 문구를 한글로 바꾸는 안건 등이 있다.
LG전자는 '사업부별 독립성'을 강화한다.
LG전자는 이사회 정원을 기존 7인에서 9인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한다.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 사업부장(사장)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장(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하기 위해서다.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조성진 사장과 조준호 사장이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 LG전자는 정도현 경영지원 총괄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과 함께 3인 대표체제를 갖추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임원 퇴직금을 축소한다.
SK하이닉스는 고위 임원의 퇴직금 체계를 손질한다. 임원 퇴직금 지급률 최대치를 기존 6배에서 4배로 낮추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방식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개인별로 부여된 등급별 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합산해 산출한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고위 임원의 퇴직금이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내·사외 이사도 새로이 선임된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사외이사로 재선임된다.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LG전자는 사외이사로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주종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재선임한다. 김대형 세븐에듀 인도네시아 재무이사는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의 박정호 대표이사(사장)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박 대표는 SK하이닉스 업무도 챙기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는 기존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과 임형규 부회장, 박성욱 사장 등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