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자 경찰이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병원을 개설하고 의사를 고용하는 형태의 불법적인 의료기관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국가, 지자체, 의료법인, 준 정부기관이 아닌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800곳을 넘어섰다. 지난 2009년(7곳)과 비교하면 적발 건수가 무려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듯 사무장 병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일반 병원처럼 초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간단한 설립요건만 갖추면 환자를 받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수법은 비영리법인인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개인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최소 조합원 300명, 최저 출자금 3000만원 등 설립요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조합설립 출자금의 출처나 동의서 작성의 진위 여부를 실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출한 서류 만으로 조합설립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가족, 친지 등 지인들에게 조합 설립 동의서를 대리 작성토록 해 조합원 정족수 300명을 맞추고, 조합원 개인이 납부해야 할 출자금을 대신 납부해 출자금 3000만원을 채우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 이유다.
서울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의료생협 실 운영자인 김모(55)씨와 안모(50)씨, 서모(56)씨 등은 설립 동의서 대리작성, 출자금 대납 등의 방법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해 재활전문치료병원, 성형전문병원 등 4개 의료기관을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약 12억원을 챙겨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이 사무장 병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무장 병원이 난립하면 자칫 건강보험료 인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한 사무장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요양급여 비용이 늘어나면 국민들이 부담한 건강보험료 등으로 조성된 보험재정이 축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무장 병원은 정부의 진료비 징수를 피하기 위해 일방적인 휴·폐업을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보호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의료생협을 통한 사무장병원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으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인가 제도개선을 해당 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면서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