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잔인하고 섬뜩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어김없이 스릴러와 공포·미스터리 등의 장르로 분류된다. 특히 경찰과 범죄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대부분 '살인'이라는 큰 틀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이 연출되고, 살인 배경에는 원한 관계 또는 금전전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이런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경찰에 붙잡힌 범죄자(피의자)들은 지인을 살인한 뒤, 암매장을 했고 심지어는 장기매매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행각이 영화를 모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인을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하고,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은 11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대학생 강모(27·여)씨와 강씨의 동거남인 신모(25)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박모(19)군 등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박모(17)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학교 동창과 사회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자신들이 빌린 대출금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 범행을 지난 6월부터 계획했다. 지인들의 명의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려 했던 것.
이에 이들은 지인들 가운데 거액의 대출이 어려운 무직과 학생 등이 아닌 회사원(직장인) 등을 물색했다.
지난 8월 결국 이들의 계획은 실행됐고,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첫번째 범행은 8월3일에 이뤄졌다.
이날 강씨는 대학 동창인 A(27)씨를 만나 전주에서 술을 마셨다. 이후 술에 취한 A씨를 데리고 경남 진주의 한 모텔로 향했고, 이 모텔에서 마구 폭행한 뒤, A씨 명의로 600만원을 대출받았다.
또 이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A씨의 핸드폰을 빼앗은 뒤, 감시·감금했고, 물고문 등도 일삼았다. 심지어는 A씨의 장기를 팔 목적으로 인천과 안산·논산 일대를 끌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매매가 생각과 달리 쉽게 이뤄지지 않고, A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풀어줬다.
첫번째 범행이 성공(?)으로 끝나자 이들은 같은 달 25일 두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수법은 첫번째와 동일했고, 이번에는 강씨의 동거남인 신씨가 자신의 고향 친구인 B(25)씨를 유인했다.
이들은 사건발생 전날인 24일 B씨를 만나 술을 마셨고, 친구라는 명목 아래 B씨의 회사명과 직책 등 세부적인 신상까지 캐묻기 시작했다. 이는 대출금을 높이기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
그러나 범행당일 B씨가 대출받기를 거절하는 등 완강하게 저항하자 이들은 경기도 안산역 인근 도로를 달리던 차량 안에서 B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경남 함양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B씨의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등을 가지고 제3금융원에서 5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피해자들이 만약 대출을 거부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낌새를 보이는 경우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까다롭기 때문에 제3,4 금융권을 이용해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범행 수법 등으로 봤을 때 영화를 모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