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1. 이모(34)씨는 2009년 8월과 11월, 2010년 5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약식명령을 받았다.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이씨가 문 벌금은 105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씨는 2012년 1월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멈추지 않았다. 또 음주운전을 한 이씨는 2012년 7월 징역 6월을 선고받아 철창 신세를 졌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이씨의 버릇은 5차례나 처벌받았음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10월18일 오전 8시22분께 서울 강동구에서 술을 마신채로 자신의 K7 차량을 몰고 약 700m를 달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 이씨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2. 원모(40)씨는 2011년 3월과 같은 해 4월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원씨는 같은해 7월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걸렸지만, 원씨는 지난해 10월18일 오후 9시40분께 또 술에 취한채로 자신의 이륜차를 몰고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약 100m 구간을 질주했다. 또 경찰에 적발된 원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9%였다. 원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3. 지난해 11월25일 오전 2시20분께 서울 은평구 대조동 불광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건너던 송모(당시 55세·여)씨가 차량 3대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정모(38)씨가 모는 흰색 아반떼 차량에 치여 쓰러진 송씨는 남모(26)씨가 운전하는 그랜저 차량과 도모(59)씨가 몰던 스타렉스 차량에 잇따라 치였다. 남씨의 차량에 부딪힌 후에도 송씨는 살아있었지만 정씨와 남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고, 송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에 붙잡힌 최초 가해차량 운전자 정씨는 무면허·음주운전 전과 11범이었다. 2013년 9월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사고 당시에도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정씨는 지난해 7월에도 무면허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음주운전 전과가 많아 가중처벌이 두려워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현행법 상 음주운전이 3회째 적발되면 무조건 운전면허가 취소되며 면허 재취득 금지기간은 2년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의 삼진아웃제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에 세 차례 걸려 삼진아웃을 당하는 운전자의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음주운전 단속 26만9836건 중 삼진아웃제에 적용되는 건수는 1만1243건(4.2%)였다. 2014년 25만1788건의 음주운전 단속 건수 중 1만1229건(4.5%)이 삼진아웃제에 적용됐고, 지난해에는 음주운전 단속 24만4892건 중 1만1376건(4.6%)이 3회째 걸려 삼진아웃에 해당했다.
경찰대가 펴낸 '2016 치안전망'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음주운전 사고 점유율은 2012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만4043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에 9.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왜 처벌을 받고도 또 음주운전을 하게 될까?
수년 전까지 습관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다는 직장인 A(33)씨는 "비가 오거나 단속이 뜸해지는 새벽 4시 이후가 되면 술에 취한채 운전대를 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리기사가 늦을 때나 대리가 잡히지 않을 때에도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대리비를 쓰는 것이 아까운 마음도 든다"며 "단속하는 곳을 알고 있으니 그곳만 피해서 가면 된다는 생각에 음주운전을 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운전에 자신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을 보면 남자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일선서 교통조사계 B팀장은 "음주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대는 핑계가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오지 않았다'. '대리를 불렀는데 길을 못 찾아서 큰 길까지만 내가 운전하려고 했다'는 변명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B팀장은 "목적지가 가까워서 그랬다는 사람도 적잖고, 이 정도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람도 있다"며 "30대 전후 남성이 많은데 대부분 목적지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상습 음주운전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주류문화라고 생각한다. 2, 3차는 기본이고 주변 사람들이 제동을 걸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주변인들이나 술집 주인들이 적극적으로 대리기사를 부르는 등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게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음주운전을 하고 걸리지 않는 것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상습 음주운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상습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 치안전망'에서 경찰은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016 치안전망'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스웨덴, 노르웨이가 혈중알코올농도 0.02%다. 일본은 0.03% 이상의 음주운전을 과속, 무면허운전과 함께 교통 3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0.05% 이상을 음주운전 기준으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캐나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지만 처음 단속되면 1년간 면허정지와 약 65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은 한국보다 음주운전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8%로 높지만, 처벌기준이 엄격하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초 적발시 6~12개월의 면허정지와 약 400달러의 벌금 부과, 3년 동안 매년 약 1000달러의 보험금 추가 부담 등의 처벌이 주어진다.
B팀장은 "음주운전에 3회째 걸리면 구속을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한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구속을 하게 되면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