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경찰이 19일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판단하고 주최 측 관계자를 사법조치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집회의 주된 목적, 진행내용, 참가자들의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소요문화제'로 열린 3차 민중총궐기가 문화제를 빙자한 '미신고 불법집회'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3차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 피켓을 든 점, 발언자들이 대부분 정치적 발언을 한 점 등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판단한 근거로 들었다.
또 행사장 주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등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사회자의 선동에 따라 구호를 제창한 점도 순수 문화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사회자인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다른 어떤 집회보다도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한다"고 발언한 것은 스스로 이날 행사를 '집회'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경찰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관계자에 대해 사법조치를 할 계획이다.
앞서 투쟁본부는 서울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으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와 집회 시간과 장소가 겹친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투쟁본부는 지난 11일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고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투쟁본부가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후 정치적 현수막을 내걸거나 유인물 배포, 구호제창 등이 이뤄지면 집회시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의 쾌유 기원과 소요죄 적용 반발 등을 내걸고 열린 3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행진과 촛불문화제까지 경찰과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소요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3차 민중총궐기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 8000여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2500명)이 참가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등 1차 총궐기 참가 단체 대표 등에 '소요죄'를 적용하는 것에 반발한다는 의미를 담아 3차 민중총궐기를 '소요문화제'로 개최했다.
이날 경찰은 3차 민중총궐기에 대비해 69개 중대 5400여명을 광화문광장 인근 등에 배치했다. 하지만 경찰과 집회 참가자 측 사이에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공안탄압 분쇄 ▲세월호 진상규명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2000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려 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고 얼토당토 않은 '소요죄'를 적용하겠다고 날뛰고 있다. 급기야 집회 금지까지 남발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민 등 집회 참가자를 중태에 빠뜨린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처벌은 커녕 사과 한 마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 노동개악을 강행한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함께하는 전면적인 대중 투쟁과 4차 민중총궐기를 통해 날치기 무효화,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농민의 살인 진압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 대행으로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2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절반이다. 이 땅의 노동자에게 미래가 있는가”라며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투쟁에 함께해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조덕희 전노련 의장은 “정당한 국민의 권리인 집회를 하겠다고 거리에 나선 사람을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발사해 농민을 죽게 만들었다. 또 다 죽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진심을 다해 구하고자 노력했던 민간 잠수사를 법으로 몰아 구속시키려 했다. 이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장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을 향해 공안 통치를 자행하는 자들이 소요죄에 해당하는 범죄자”라고 말했다.
투쟁본부 박석운 대표는“유관순에게 적용된 죄명이 소요죄였다. 전두환 독재 정권 때 광주 민중항쟁에 적용된 죄명이 소요죄였다”며“하지만 유관순은 독립유공자고, 광주민중항쟁에 앞장선 분들은 모두 민주화 유공자다. 역사는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것이 살인이 아니면 무엇인가. 살인미수죄가 아닌가. 하지만 경찰, 검찰은 아무런 수사를 하고있지 않다”며 “한 위원장에게는 소요죄를 적용한 것은 정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오후 4시50분께부터 청계남로→보신각→종로5가→이화R→마로니에공원 3.6㎞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은 2개 차로를 비워 행진에 이용하도록 했다.
행진을 마치고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뒤 오후 6시30분께 해산했다.
이 자리에서 백씨의 차녀인 백민주화씨는“아버지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지 36일째 되는 날이다. 두 번째 인사를 좋은 소식과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신다”며“아버지가 회복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녀인 백도라지씨는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아무런 말도 안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억울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이날 ▲충남 오후 3시 온양온천역 광장 ▲광주·전남 오후 3시 5·18민주광장 ▲전북 오후 3시 전주 세이브존 앞 ▲경남 오후 3시 창원 정우상가 ▲강원 오후 3시 원주역 광장 등 전국 13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투쟁본부 측은 전국 곳곳의 집회 인원을 2만여명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