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경찰이 9일 오후 시도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강제집행을 10일 정오까지 연기했다. 이 가운데 조계종과 민주노총 등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전날 밝힌 바와 같이 이날 오후 4시 기준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조계종과 민주노총 측에 전달한 최후통첩 시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조계사 인근에 배치했던 경찰병력을 기존 600명에서 1000여명까지 늘렸고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출입문 앞까지 폴리스라인을 설치, 진입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당초 알려졌던 경찰의 조계사 강제진입 시간은 이날 오후 5시 전후. 관음전의 잠금장치를 강제로 해정해서라도 진입하겠다는 방침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내일(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고 경찰은 수뇌부 논의를 거쳐 검거작전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자승스님은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게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 "더 이상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주기 바란다" 등의 발언을 남겼다.
조계사 측은 한 위원장에게 자진출두를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정치권이 노동시장 개혁안을 반영하는 노동 5법 입법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조계사를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계사 측은 노동 5법 입법을 막겠다는 야당과 국민을 믿고 경찰에 자진출두할 것을 꾸준히 설득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5법 등의 정기국회 처리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악법은 당의 존립을 걸고 제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찰이 한 위원장을 체포하거나 이를 위한 조계사 진입을 강행할 경우 즉각 총파업과 총력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한 위원장의 체포가 시도되는 즉시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파업에 돌입하고 각 지역별로 '공안탄압 규탄 및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투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달 16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하며 파업 이후 투쟁 지속여부와 방식 등 전권을 한 위원장에게 위임한 상태다.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9시께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한 위원장 거취 및 이후 대응방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명분을 더 쌓은 셈이다. 조계사 물밑 접촉이나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조계사 방문, 최후통첩 전달 등 나름의 수순을 밟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이 특정시점에 퇴거할 의사를 밝힌다거나 자진출두를 약속할 경우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미 나름의 단계를 거쳤기에 조계사나 조계종의 입장을 고려하거나 수용할 입장은 아니라며 단호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이 조계종의 입장을 반영해 집행을 연기한 것은 한번 더 조계종 입장을 수용한 양상을 띤다.
경찰은 이날 조계사 인근에 투입했던 인력을 일부 철수한 뒤 교대근무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오는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이나 신변인도 등의 조치가 없다면 조계사 진입을 재시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