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여권의 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은 새누리당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지역으로, 현재는 친박계 중진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다. 하지만, 이 의원이 앞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현재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김문수 전 지사가 이 지역 출마를 예고함에 따라, 야권의 또 다른 거물인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의 빅매치가 예상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거듭된 낙선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심장과 같은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올렸던 바 있어, 내년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전 지사가 김부겸 전 의원을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마 당위론 “김부겸 대적할 사람 없지 않나”
김문수 전 지사의 대구 수성갑 출마는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김 전 지사가 최근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만나 내년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대구 중진인 유승민 원내대표 및 주호영 의원 등과도 만나 출마 의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틀 후인 10일 김 전 지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 대구 수성갑으로 출마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공식으로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일단 새누리당 내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직 공모에 신청하겠다”는 뜻을 덧붙여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는) 우리 지역이자 내 고향”이라며 “더욱이 이 지역에 마땅한 후보가 없어 내가 적합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다. 지역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전 지사가 출마의 뜻을 굳히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의 빅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사실상 야당으로서는 사지나 다름없는 이 지역에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거듭 출마하며 공을 들여왔고, 40%대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여당의 성지를 위협해 왔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해 40.4%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40.3%라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린 바 있다.
이와 관련, 김문수 전 지사는 “김부겸 후보가 (이 지역) 최고 강자”라며 “대적할 사람이 없어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 대구지역 의원들이 모두 (내가 출마해도)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지사는 “대안이 없고, 특별한 방안이 없지 않느냐”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출마하지 않으면 여당 성지인 대구 수성갑 지역에 김부겸 전 의원이 깃발을 꽂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문수 전 지사의 이 같은 출마 입장에 이 지역 터주대감격인 이한구 의원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뛰더라도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는 김문수 지사를 지지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앞서 지난 1일 “김문수 지사가 당협위원장을 맡고 내년 총선에 나오는 것이 제일 나은 것 아니냐”며 “유승민 원내대표 등 지역 의원들도 (김 전 지사 외에) 추천할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은 “대구경북은 앞으로 대선후보가 없지 않느냐”며 “김문수 전 지사는 대구경북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김 전 지사가 충청도까지 아우른다면 대선 가도가 한층 밝아진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대권주자가 편한 길 선택하려 한다” 비판론
문재는 여권의 대권주자가 너무 편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는데 있다.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 지역에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강은희 의원과 정순천 대구시의회부의장, 임재화 변호사, 이덕영 하양중앙내과 대표원장 등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히고 공천을 준비해 오던 상황이었다. 아무리 김부겸 전 의원이 상대로 나선다 하더라도, 여권의 정치신인들을 제치고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깃발을 꽂으려 한다는 비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에서부터 먼저 비판이 나왔다. ‘비겁하다’는 비판이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좌고우면 끝에 ‘대구 총선 출마’를 결정한 것은 비겁하다”며 “통 큰 정치를 추구하는 거물 정치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역주의에 기대 눈앞의 당선에만 급급한 B급 정치인으로 타락하는 모습이 서글프다”고 비판했다.
특히, 허 부대변인은 호남에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호남에서 출마하고 당선된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끝만큼도 못 따라가는 최악의 선택이고, 대구시민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는 한심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재선 도지사에다가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분이 ‘배지’에 연연해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가는 모습이 애처롭다”며 “김문수 전 지사가 정치적 성공을 하려면 ‘면류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허 부대변인은 “지금의 대구는 새누리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 아니다”며 “우리당 김부겸 전 최고위원의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고군분투에 열렬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는 정치혁신의 진원지다. 대구시민들께서는 내년 총선에서 김부겸 전 최고위원을 선택함으로써 김문수 전 지사의 ‘비겁함’을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해온 강은희 의원 또한 지난 17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당 입장에서 수도권 지역이 다소 약세”라면서 “경기지사를 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 가서 치열하게 도전하셔서 대권에 도전하시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20대 총선을 위해서 뛰고 있는 여야 모두의 정치인들이 이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서 오기보다는 본인의 정치적 입지에 의해서 이 지역을 선택한 경우”라면서 “이제는 그런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체가 목표가 되고 주민을 위해서 일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되는 때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문수 지사께서 여기에 출마예정이라고 하니까 지역민들이 상당히 반발이 있다. 그런 부분들도 참고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지명도 때문에 아마 이한구 의원님께서 추천을 하시고, 객관적으로 중립을 취하시겠다고 하면서도 팔이 안으로 굽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방적인 정치 엘리트에 의해서 지역을 맡기는 것,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7주년 특집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