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성과급 등 성과보수 체계의 점검을 예고했다. 금리 인상기 서민들의 이자 부담 속에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작심 비판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은 14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감독당국에서도 은행이 국민경제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권의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감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전날 윤 대통령이 주문한 '상생금융'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은행의 중소·서민금융 지원 실적과 사회공헌 내역 등을 살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인허가 산업이자 과점체제인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원 임원들에게 은행의 공적 기능을 언급하면서 은행권의 지원 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점검해 적극적으로 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돈잔치'라고 비판받은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 논란과 관련해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손실가능성 및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이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은행의 이익이 충당금을 쌓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향후 부실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므로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산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과 자본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금리 상승기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과도하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금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서민·중소기업 차주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은행권이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차주의 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부연하면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