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서민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취임한지 1년3개월여만에 일자리와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면서 한때 80%가 넘었던 지지율이 50%대로 급락했다. 일자리 창출에서 대체로 순항 중인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와는 달리 한국의 관련 지표들은 너무 좋지않아 “갈라파고스 경제에 갇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J노믹스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노선인 ‘J노믹스’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 한국 경제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고용·소득분배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표가 악화되는가 하면 최근 오름세를 보이던 소비도 내수 부분에서 부진을 면하지 못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혁신도 지연됨에 따라 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확산되고 있다. 결국 정부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 달성을 포기했다.
악재투성이 J노믹스, 탈출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사람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역점을 뒀다. 저소득·중산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과 신산업 분야를 발굴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이 정책 기조다.
그러나 정책 체감도가 낮았다. 정부 스스로도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상반기 경제운용평가에 대해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고 기업 활력 약화, 이해 대립 등으로 체감할 만한 혁신성장 성과가 부족하다”며 “저소득층 일자리·소득 개선이 지체되고, 양극화 등 민생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6월 취업자 수(2712만6000명)는 1년 전보다 14만2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용지표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쳤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향후 고용 전망도 밝지 않다.
내수와 관련된 소비도 줄었다. 1분기 숙박음식은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반면 1분기 해외소비는 7.3% 증가한데 반해 국내소비 증가율은 2.9%에 그쳤다.
3% 성장 마지노선 붕괴
정부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경제성장률 3%를 스스로 무너트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0.1%포인트 내려잡은 2.9%.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리스크로 확대로 인해 하반기 수출·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용시장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설비투자가 부진하다. 설비투자는 올해 상·하반기에는 각각 5.8%, 1.7%의 증가세에 그친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0%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한 해결노력이 없을 경우 성장·고용 등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핵심 경제 정책으로 제시해왔던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J노믹스’로 추진했던 소득 주도 성장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 1년여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일자리 확대와 소득분배 지표 개선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고 까지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기존 경제 정책을 버리고 향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규제 개혁 중심으로 혁신 성장 정책의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文대통령 “포용적 성장” 전환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늘리는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영세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을(乙)과 병(丙) 간의 전쟁’ 양상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사실상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저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자영업 담당 비서관 실을 신설해 소상공인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불안으로 받아들여지자 포용적 성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기업의 얘기를 들어보라”며 내각에 소통 강화를 주문한 것에 주목한다. 기업을 포용하는 성장으로 정책 중심추가 이동하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학계 ‘위험’ 경고
학계 일부 인사들은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이 엄연히 다른 개념인 데도 청와대가 이를 구별 짓지 않고 함께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과 포용적 성장은 다른 개념인 만큼 후속 정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분배를 통해 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이 실제 성장 구호인 건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이름을 붙인 건지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오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체감·효과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 착근에 초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기로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핵심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공정거래 근절 등 공정 경제 정착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서 거시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