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 인천 남동공단 내 한 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한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가운데 7명은 화재 직후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 탓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공장 내부에서 숨진 채 소방관에 의해 발견됐다.
21일 오후 3시 43분경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세일전자에서 불이 나 A(53·여)씨 등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B(24·여)씨 등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상자 중 여성 근로자 4명은 출동한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크게 다쳤다. 이들 가운데 50대 여성 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7명은 화재 발생 후 공장 건물 내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수색 중인 소방대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건물 4층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된 7명은 20∼40대 근로자로 여성이 4명, 남성이 3명으로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발생 당시 공장 내부에는 주간 근무자 75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4층에서는 근로자 23명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층 내부는 사무실,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실, 전산실 등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발생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불길이 계속 번지자 오후 4시 1분경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큰 불길이 잡히면서 오후 4시 28분께 다시 1단계로 낮추고 막바지 진화 작업을 벌였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며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당국은 대원 220여명과 함께 펌프차와 구급차 등 차량 60여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2시간여 만에 불길을 모두 잡았다.
이 전자회사는 1989년 설립된 회사로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로 근로자는 350명, 작년 매출액은 1천64억원으로 알려졌다.
세일전자는 그러나 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중국에 공장을 짓는 등 무리한 투자와 국내 스마트폰 매출 부진 등의 여파로 부도가 나 2016년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참사 소식이 알려지자 세일전자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차단됐다.
현장 감식은 22일 오전 10시경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이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