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최근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지정한 데 이어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다수 있었으나 외압 등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이하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시끄럽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0일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시범 활용하는 연구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전국에서 문명고가 유일하다.
앞서 전국 시·도 교육청은 지난달 15일까지 관할 학교로부터 연구학교 운영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문명고 한곳만이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 20일 지정됐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비중을 20%정도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신청 마감일까지 연구학교 신청에 나선 학교는 문명고를 비롯해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구미 오상고 등 총 3곳뿐이었다.
오상고는 신청 다음날인 16일 경북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했다. 연구학교 신청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와 학생 등의 반발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경북항공고는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절차인 학교운영위원회를 정족수 미달로 열지 않아 연구학교 신청이 취소됐다.
학생·학부모 “국정교과서 반대”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문명고 학생 150여명과 학부모 20여명은 지난달 20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집회를 통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17일 실시된 집회에 이은 두번째 집회였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연구학교 지정 신청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우리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자유발언을 통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이라는 기사를 보고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음날 학교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정교과서 대국민 담화를 보여주는 교장선생님을 보고 학생을 위한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대표 박모씨는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고 신입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교장선생님이 옳지 않은 부분을 철회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작은 힘을 모아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국정교과서 반대 퍼포먼스로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교내를 돌며 “국정교과서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신청과정 편법 의혹 제기
문명고의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 대한 편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명고한국사국정교과서저지대책위원회(이하 문명고지역대책위)는 지난달 27일 문명고에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구경북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교육재단과 경북교육청에 대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편법 신청을 강행했다”고 규탄했다. 문명고지역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학교 신청 무효선언 △법적 대응과 전국적 확대 △이사장 감사실시 △사실에 입각한 언론보도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문명고 설립 목적인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위해 국정교과서를 거부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고재단 이사장은 연구학교 신청 철회는커녕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교사에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구학교 신청과정에서 운영위원 9명 중 2명만 처음에 찬성을 했으나 교장이 학부모만 따로 불러 설득해 찬성 5명을 받아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명재단과 경북교육청이 역사 왜곡 한국사 교육을 강행한다면 법률적 대응과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홍택정 이사장이 재단 소속 학교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있는 만큼 경북교육청은 이사장에 대한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신청 저조 외압 탓”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연구학교 담당자 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수시 컨설팅과 보고회 등을 통해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교수학습방법 개발 등 문명고의 사교육 연구학교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압으로 인해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수업 방해 행위, 학교 직원들에 대한 명예 훼손, 협박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다수 있었지만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과 외부의 영향력 행사 등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서울·광주·강원교육청의 경우 신청 마감일까지 학교로 공문을 시달하지 않았고, 일부 교육청은 담화문 발표 후 뒤늦게 공문을 시달했지만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함께 전달해 단위학교의 연구학교 신청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의 수요를 파악해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보조교재는 수업시간을 비롯해 역사 동아리, 방과후학교 등 교내활동에 참고자료로 쓰이게 된다.
그러나 올해 국정교과서는 연구학교에서만 쓰도록 장관 고시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반학교에 보조교재로 배포할 경우 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 또, 보조교재로 사용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두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