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야당이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친박’과 ‘비박’의 입장이 갈려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당 “대통령이 책임져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탄핵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에 대해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통해 한 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사실상 2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범죄가 드러나면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며 “만약 여당이 또다시 방패놀이를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월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헌정질서 붕괴 국정유린 원인자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며 “최순실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박 대통령은 피해자로, 새누리당은 심판자로 국면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산주체가 아닌 청산대상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박근혜-새누리당 망국연합’이 국민을 속이고, 죽이고, 무시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친일과 독재, 부정부패를 철저히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심판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긴급성명을 통해 야권 대선주자 중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금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잃었으며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도적적·현실적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의 위기가 나라의 위기, 국민의 불행이 돼서는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하고, 주도한 사안인 만큼 대통령 자신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탈당과 더불어 관련자 법적 조치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며 “모든 법규에 정해진 조치를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음날인 27일에는 의원총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야당이 탄핵을 가결시켜 역풍을 맞은 것을 기억한다”며 “우리가 국민들처럼 탄핵과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 국민들은 헌정 중단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1월2일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더 이상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하야를 촉구했다.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순실의 천문학적인 국가횡령 음모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파의 사욕을 위해 온갖 권력을 남용했다.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친박 “임기 잘 마무리하도록 도와야”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과 ‘비박’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대응과 거취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친박계가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 당이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비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의혹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 핵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강한 대한민국 연구원’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대통령 탈당과 관련 “당과 청와대는 수레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간다”며 “그래서 모든 일도 함께 해야 되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대통령, 당은 책임을 함께 느껴야 하는 공동운명체”라며 “공동운명체의 한 축인 당대표로서 최근 여러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한없이 죄송하고 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같은 날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하야·탄핵이 거론되는 데 대해 “대통령이 인사와 내각 쇄신을 통해 동력을 되찾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우리도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김종필 전 총리께서 야당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나라가 망가진다’는 말을 했다”며 “최다선 의원으로서 이 말에 굉장히 공감했다”고 전했다.
친박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가 “사건 관련자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대통령은 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전 대표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적 의혹을 깨끗이 해소할 수 있도록 최순실과 다른 관련자의 조사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구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의 추가 소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인들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비박 “의혹 해소 안돼… 탈당 촉구”
‘비박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1월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서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그대로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다 말한 것 같지는 않다”며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다고 본다. (대국민사과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나도 조사를 받겠다’는 당당한 입장 표명과 선언이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6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관련된 질문에는 “정말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사과는 아니었다”며 “비정상화된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실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은 자연인(최순실)이 국정운영에 개입했다는 것에 실망과 분노를 보이고 있다”며 “가장 빠르고 손쉬운 해결방법은 바로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7일에는 “대통령이 형사소추 면제를 근거로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국민적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만이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