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재순 기자] 딱 '세치 혀'를 잘못 놀렸다. 그것이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멍과 한을 남겼고, 영원히 국민들 뇌리에서조차 씻기 어려운 '부끄러운 어록'이 되고 말았다.
국민을 개·돼지라 지칭하는 등 막말 논란을 일으킨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해 교육부가 파면 조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영 교육부 차관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차관은 "현재까지의 조사결과와 지난 1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공직자로서 해선 안 될 잘못을 저질렀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에 최고수위 중징계가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빠른 시일내에 조사를 마무리해 오는 13일 중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나 전 정책기획관의 직위 해제 처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 좋은 날 보길 원하거든 네 혀를 금하라...
한편 나 전 기획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 ·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일으켰다.
또 구의역 사고 희생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한 것으로도 전해져 '공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동떨어진 언행을 보인 것으로 이해됐다.
나 전 기획관이야 패가망신, 나락으로 떨어지겠거니와 성난 국민들에겐 나 씨의 파면으로 가슴의 멍울이 씻겨질리가 없다. 이런 공무원을 위해 혈세를 내가면서 30년 가까이 매달 꼬박꼬박 월급주고 각종 수당 줘왔던가 생각하면 도저히 분이 안풀린다. 정치인들은 뭐하는가. 이런 공무원들에겐 그간 쥐어줬던 혈세를 다 회수해낼 수는 없단 말인가.
막말이 오가고, 국가와 구가원수에 대한 존엄도 아랑곳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설화(舌禍)는 끊이지 않고 있어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엔 야당인 민주당의 홍익표 대변인이 '박정희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귀태(鬼胎)]'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는가 하면, 강용석 전 의원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 등 자고 나면 터지는 게 정치인들의 설화(舌禍)는 이제는 설화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다. 막말 정치인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가하면 소영웅주의 심리로 비화발전하기도 한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풀꽃도 꽃이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민중을 개, 돼지라고 말한 나향욱 전 기획관을 ‘기생충’이라고 비판했다. 기생출을 먹여살린 꼴이니 백성들은 더 서글픔에 잠길 수 밖에 없다.
백성들의 아픔을 헤아리며, 모든 길을 백성들에게 물으라 명했던 이조시대 어질디 어질었던 세종대왕의 정신이 아쉬운 시대다. 나 씨에 대한 파면요구는 국민정서와 정권부담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만의 부담은 아니다. 이 정부만을 몰아부칠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잠재의식이 문제가 된다면, 이미 그는 역대 여러 정부하에서 서기관, 부이사관 자리를 거쳐 오늘의 2급 자리에 올랐을 터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돌아보지만, 딱 '세치 혀'를 잘 못놀린 댓가가 심히 엄중하다. 추상같다.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성경에도 '좋은 날 보길 원하거든 네 혀를 금하라'라고 했지 않는가.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버리고 감사와 기쁨의 언어로 채워가려고 노력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