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올해 첫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성장세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를 나타내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2분기 수준(0.4%)에 그친 것이다. 이는 소비가 급감하는 이른바 '소비절벽'이 현실로 나타난 데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 불안과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지속된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특히 소비는 크게 악화됐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3% 감소하면서 메르스 여파를 겪은 지난해 2분기(-0.1%)보다도 나빠졌다. 지난해 3분기(1.1%), 4분기(1.4%)에 1%대의 성장률을 보인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추진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소비활성화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은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호조세를 보인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어든 영향으로 5.9% 감소하며 지난 2014년 1분기(-1.1%) 이후 2년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진세가 컸다. 1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0.2%에 그치며 2014년 4분기 이후 5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설비투자 감소와 제조업 부진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은은 2분기에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올해 2.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나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한 소비개선 등 일부 경기지표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던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최근 반등세를 나타냈다.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68로 전월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심리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넉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등한 소비심리가 기조적인 회복세로 이어질지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대두된 상황에서 기업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우려가 크다.
수출 부진세도 여전하다. 1분기 수출은 -1.7%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 2.1% 성장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여기에 4월1~10일까지 수출실적은 105억3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5.7% 감소하며 16개월 연속 감소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수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대다수의 연구기관들은 올해 2%대 후반의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2.6%)과 현대경제연구원(2.5%), 한국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4%) 등은 2% 중후반대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7%로 0.5%p 낮췄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정부가 1분기 당초 계획보다 재정을 늘려 집행했는데도 성장률이 예상보다 악화된 만큼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정부는 올 1분기 계획보다 14조3000억원의 재정을 초과 지출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나온 경제지표들이 기조적인 회복세로 보기 어렵고, 전세계적으로 경제펀더멘털 자체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도 크게 올라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아직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