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의 연비조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산케이(産經)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가 연비를 조작한 차량이 당초 발표한 4개 차종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쓰비시가 연비 검사와 산출에 미국법에 정해진 것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해 일본법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당하는 차량은 2014년도까지 일본 내 판매실적 기준으로 27종, 200만대를 넘는다. 그러나 미국식 측정법이 연비를 실제보다 과장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는 "데이터의 부정 조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측정 방법의 변경으로 연비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면 생산과 판매 중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미쓰비시는 이미 연비 조작을 시인한 경차 4차종에 대해서는 오카야마(岡山)현의 미즈시마 제작소의 생산을 중단함과 동시에 판매도 중지했다. 원인 규명에는 3개월 정도는 걸릴 전망으로 장기화도 불가피하다.
또한 연비가 조작된 4개 차종에 대해서는 미쓰비시가 판매된 차량을 다시 사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어 이번 사태 수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 및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쓰비시가 차량을 되사야 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렇게 되면 소유자의 부담은 없지만 미쓰비시의 경영은 더욱 압박을 받게 된다.
이시이 국토교통상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브랜드의 신용을 실추시킬 수 있다. (사용자들로부터의) 매입도 포함해 성실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상 차량의 평균 가격은 130만엔 정도로, 판매가의 반액인 65만엔에 사들이는 것으로 단순 계산하면 비용은 약 4000억엔(약 4조 1400억원)에 이른다. 미쓰비시 측은 아직 차를 되사겠다고는 발표하지 않았다.
차량을 되사는 비용뿐 아니라, 미쓰비시는 친환경차 세금 감액분도 토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 감세는 에너지 절약법에 의거해 연비 기준을 달성한 자동차 구입시 자동차 관련 세금 냅세액이 할인되는 조치로, 문제의 4개 차종은 모두 친환경차 세금 감면 대상이다.
고객 보상도 필요하다. 노무라 증권은 기름값의 보상(1대에 4만 8000~9만 6000엔)이나 친환경차 세금 감세의 환수액 등을 합한 미쓰비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425억엔~1040억엔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2015년 3월기의 최종 이익(1181억엔)에 맞먹는 수치다.
그러나 다른 차종으로 확대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앞으로의 판매 부진과 신차 투입의 지연, 공장 운영 중단에 의한 채산 악화 등이 예상된다.
또한 문제가 된 4개 차량 중 2개 차종은 미쓰비시가 제작하고 닛산이 자사 상표를 달아 판매한 차종으로, 미쓰비시와 닛산(日産)자동차의 협력 관계도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이들 차량의 홍보 책자를 전시장에서 치우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고객들로부터 주문 취소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지난 2000년과 2004년 잇단 리콜 은폐 문제로 도산 직전에 몰렸으나 미쓰비시 그룹의 전면 지원을 받고 재건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비리에 미쓰비시 그룹이 어느정도 지원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로 미쓰비시 자동차는 존폐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3일 보도했다.
리콜 은폐 문제가 드러난 2004년 미쓰비시 자동차는 판매 부진까지 겹쳐 도산 직전까지 몰렸으나, 미쓰비시 중공업, 미쓰비시 상사, 미쓰비시 도쿄 UFJ은행의 미쓰비시 그룹이 5400억엔의 금융 지원을 실시해 미쓰비시 자동차를 살려냈다.
미츠비시 자동차는 금융지원으로 재무 기반을 강화하고 경차 등에 주력한 결과 2013년에 누적 손실을 만회, 엔화 약세에 힘입어 2015년 3월기의 최종(당기)흑자는 1181억엔으로 과거 최고를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비 조작 비리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쓰비시 그룹의 경영 환경도 초비상으로 이번 미쓰비시 자동차 비리에 자금을 조달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 상사는 자원 가격 하락으로 2016년 3월기 결산은 창업 이래 최초로 최종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도 대형 여객선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최종 이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미쓰비시 연비조작 사태가 국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독일 교통부 대변인은 독일에서 미쓰비시의 연비조작 차량이 판매되고 있는지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한편 미쓰비시 자동차는 'eK 왜건', 'eK 스페이스'와 미쓰비시에서 생산해 닛산에 공급한 '데이즈',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 약 62만6000대의 연비가 조작됐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