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국내 기업 3곳 중 2곳은 주력제품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매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우리 수출을 이끄는 13대 주력제조업체(가전·무선통신기기·반도체·석유제품·석유화학·선박·섬유·일반기계·자동차·자동차부품·철강제품·컴퓨터·평판디스플레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실태와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66.3%가 "주력제품의 매출 확대가 더디고 가격과 이익은 점점 떨어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하는 '쇠퇴기'로 들어섰다"고 응답한 기업도 12.2%에 달했다. 반면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고이익을 거두는 '성장기'에 들어섰다"고 답한 기업은 21.5%에 그쳤다. 새로운 시장이 태동하는 도입기라는 업체는 1곳도 없었다.
업종별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응답은 퓨터(80%), 섬유(75.0%), 평판디스플레이(72.2%), 무선통신기기(71.4%)에서 많았다. 자동차(50.0%)와 반도체(41.7%)는 성숙기라는 답이 비교적 적었다. 쇠퇴기라는 응답은 선박(26.1%), 섬유(25.0%), 평판디스플레이(22.2%) 순으로 많았다.
대한상의는 "섬유·조선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뿐 아니라 시장이 포화되고 기술력이 상향평준화된 IT산업까지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있음을 보여준다"며 "반도체·자동차 산업도 후발국의 추격과 시장변화가 빨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응답기업의 86.6%는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기업은 13.4%였다.
신사업 추진분야로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분야(45.7%)나 동일 분야(43.0%)라는 응답이 많아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보다는 현재의 강점을 살리려는 경향이 강했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응답은 11.3%였다.
신사업을 추진할 산업을 묻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47.9%로 가장 많았다. 신소재·나노(28.6%), 에너지신산업(26.1%), 서비스산업 결합(9.7%), 바이오헬스(5.9%), 고급소비재(3.4%) 등이 뒤를 이었다.
ICT 융합의 대상을 묻자 사물인터넷·스마트홈(43.9%), 드론·무인기기(30.0%), 3D프린팅(12.3%), 인공지능·로봇(11.5%), 가상·증강현실 시스템(4.3%) 순이었다.
하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대응이 초기단계에 불과해 앞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신사업의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 검토단계(56.6%)나 구상단계(9.3%) 등 시작단계에 있는 기업이 기술력 확보 등 착수단계(23.2%), 제품출시 단계(10.5%), 마무리 단계(0.4%)에 있는 기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신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자체 연구개발'이라는 응답 비중이 64.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외부기술 도입(15.8%), 공동투자나 인수합병(9.9%), 전문연구기관과 제휴(6.9%), 국가의 연구개발사업에 참여(2.6%) 등을 꼽았다.
신사업 추진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불투명한 수익성'(49.5%)이 가장 많았다. 관련 기술과 노하우 부족(21.8%), 장기전략 부재(15.8%), 미래정보 부족(11.9%) 등도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신사업 추진의 불안요소로는 시장트렌드의 급속한 변화(40.6%), 불확실한 대외여건(39.6%), 해외선도기업의 기회선점(8.9%), 금융시장의 혼란(7.9%) 등을 꼽았다.
신사업 추진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으로는 안정적 자금공급(26.1%)을 주문한 기업이 많았다. 규제개혁(20.5%), 시장형성 및 선점을 위한 테스트베드 활성화(17.8%),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등 자발적 구조개선 지원(17.2%),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 배출(11.2%) 등도 과제로 꼽혔다. .
대한상의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업은 스마트로봇·무인차를 비롯한 혁신적 제품의 상용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도 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신산업은 시장선점이 중요한데 우리는 아직 적극적 대응이 부족해 경쟁에서 밀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최근 산업트렌드를 살펴보면 과거 원가절감 등 가격경쟁이 주가 되던 시기를 지나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첨단기술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산업간 경계를 뛰어넘어 고부가가치 융합분야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신산업시장에 대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고 느끼고 있는 만큼 규제를 풀어 투자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노동개혁을 이행해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규제를 정비해 기업 자율성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