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이세돌 9단이 알파고(AlphaGo)에 2연속 패배했다. 지난 9일 첫 대국에서 불계패를 선언했던 이세돌 9단은 10일 열린 2국에서도 알파고를 넘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에 211수 끝에 백 불계패했다. 불계승은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흑번으로 시작된 알파고는 1국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바둑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들을 뒀다. 알파고는 3수째를 좌상귀 소목에 착점하며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이는 알파고가 지난해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결, 9일 이세돌 9단과의 1국에서 한 번도 둔 적이 없는 수다.
흑 11, 백 12로 교환 이후 흑 13으로 손을 빼는 것도 마찬가지로 의외였다. 알파고는 충격적인 수들을 연달아 뒀다. 흑 37 또한 놀라운 수다. 고개를 갸우뚱한 이 9단은 장고 끝에 중앙 쪽을 밀어갔다. 알파고의 47에 또 다시 이 9단은 장고를 했다.
백 80으로 상변 흑집에 침입해서 어려운 장면인데 알파고는 노타임으로 착점. 1국에서 나오지 않았던 패를 만드는 수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세돌 9단은 백 84로 한 칸 뛴 장면. 이에 알파고는 흑 85, 손해수를 두며 좌변을 깔끔하게 처리해두고 흑 91로 상변 백돌을 잡으러 갔다.
미세한 형세가 지속된 가운데 이 9단이 중앙 백대마에 가일수하지 않고 백 120으로 손을 뺐다. 손을 빼고 하변에서 실리를 많이 챙긴 모습. 미세한 승부가 계속 이어지다가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면서 초읽기에 몰렸다.
시간에 쫓긴 이 9단은 초초한 모습을 보였고, 순식간에 알파고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중앙 백돌을 제압하며 최강 끝내기 실력을 가진 이 9단을 당황케했다. 집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세돌9단-알파고 제2국 기보. 출처=한국기원 16-03-10
대국은 백을 잡는 기사에게 덤 7집 반을 주는 중국 룰을 따른다. 알파고가 처음부터 중국 룰로 설정돼 있어 한국룰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구글 측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둑은 흑이 먼저 두는데, 먼저 두는 쪽(흑)이 유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둔 쪽(백)에 그 불리함을 보상해 주기 위해 이 같은 규칙이 만들어졌다. 중국 룰은 덤이 한국 룰(덤 6집반)보다 1집 많은 7집반이다.
한편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는 15일까지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 특별대국장에서 총 5회에 걸쳐 치러진다. 세번째 대국은 토요일 오후 1시에 시작된다.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