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윤재갑 기자]경남 고성 친딸 살해 암매장 사건의 피의자들을 상대로 경찰이 18일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 등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큰딸(사망 당시 7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박모(42·여)씨와 공범 백모(42·여)씨 등 2명을 상대로 살해 현장인 용인시 한 아파트와 광주시 주택가, 암매장 장소인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박씨는 지난 2011년 10월 큰딸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날에 걸쳐 끼니를 거르게 하고 회초리로 때려 숨지게 한뒤 시신을 경기도 광주시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 등 2명은 박씨가 딸의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할 당시 이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12분께 가장 먼저 현장검증이 이뤄진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박씨가 공범 백씨와 집주인 이모(45)씨 등과 함께 생활한 곳으로 큰딸을 살해한 장소이기도 하다.
박씨 등 3명은 두꺼운 파카를 입고 마스크와 후드로 얼굴을 가린채 경찰과 함께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주민 A씨는 "10년 가까이 살아온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어떻게 피붙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 등은 이곳에서 숨진 큰딸의 시신을 가방에 담아 차량 뒷좌석에 실었던 과정을 재연했다. 지하주차장에서의 현장검증은 도착 40분 만인 오후 1시 52분께 끝났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모두 별다른 감정변화 없이 덤덤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현장검증은 박씨가 큰딸의 시신을 하루 동안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시 송정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이뤄졌다.
이곳의 현장검증은 8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어 큰딸의 시신을 암매장한 광주시 한 야산에서 마지막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피의자들이 호송차에서 내리자 근처에 기다리고 있던 주민 30여명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주민들은 "자기 자식은 차가운 땅속에 묻어놓고 너는 따뜻한 옷을 입으니 좋냐", "모자랑 마스크를 벗겨서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흐느끼며 큰딸의 시신을 묻는 상황을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