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18년 간 동이나지 않은 '가솔린'을 실은 '오빠차'가 '지누션 밤(bomb)'을 터트렸다. 데뷔 18년 만에 13일 오후 서울 올림핌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힙합듀오 '지누션'의 첫 단독 콘서트는 화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한 '오빠' 지누(44)와 션(43)에 대해 3000여 팬들의 열광 어린 환호가 식을 틈이 없었다.
절정은 1997년 발표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첫 트랙인 '지누션 밤'을 부른 뒤 넘어간, 이 앨범의 타이틀곡 '가솔린'이었다. "넌 겁없던 녀석이었어 매우 위엄했던 모습"이라고 랩을 읇조릴 때 18년 전의 '칼날같은 눈빛과 차디찬웃음'은 번뜩이지 않았으나, 한껏 여유로운 표정이 묻어났다. 간주 부분에서 선보이는 고난도 안무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역시 이 앨범 수록곡인 '말해줘'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노래의 원조 피처링 가수인 '언니' 엄정화(46)가 등장, 젊은 날의 파릇파릇함 대신 한껏 농익은 공연을 선사했다. 1998년을 풍미한 자신의 히트곡 '포이즌'으로 단독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지누션과 엄정화의 조합은 올해 초 '무한도전'의 코너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이밖에 세븐을 비롯해 자이언티, 그룹 '위너'의 송민호, 그룹 '아이콘'의 바비와 비아이, 힙합그룹 '에픽하이', 그룹 'DJ DOC', 가수 에일리와 장한나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을 자랑했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패러디한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검프 역을 맡은 션이 초코릿 상자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 영상은 역시 검프처럼 달리기를 좋아하는 션의 이미지를 빌려, 지난 11년 간 공백기를 돌아봤다. 지누션은 11년만인 올해 4월 새 싱글 '한번 더 말해줘'를 내놓고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지누션은 YG엔터테인먼트 초창기 멤버다. 빅뱅, 위너, 아이콘의 조상격인 셈이다. 지누와 션은 양현석 사장이 자신들의 첫앨범을 라디오에서 튼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지하에 있던 YG 사무실에 라디오가 없어서 좁은 차 안에서 방송을 들었던 사실을 돌아보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1997년 6월14일 방송 데뷔 무대에 양현석이 속했던 그룹 '서태지와아이들' 팬들, '말해줘'를 작곡한 이현도가 속한 힙합듀오 '듀스' 팬들이 신인이었던 자신들을 응원 온 이야기를 결들이기도 했다.
전날 올림픽홀 인근인 체조경기장에서는 '원조 오빠'이자 '가왕'인 조용필(65)의 콘서트 '디 오리지널'이 열렸다. 1만여명이 빼곡히 들어선 공연장에서 2시간여 동안 20여곡을 선사하며, 2년 전 19집 '헬로'로 누린 제2의 전성기가 여전함을 증명했다. 지난달 14일을 시작으로 같은 달 21일 일산, 28일 광주, 이달 5일 부산을 거쳐 이날 마무리된 투어에서 조용필은 지난 7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실을 전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녹슬지 않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역시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국제적인 오빠인 가수 겸 배우 비(33·정지훈)의 콘서트가 펼쳐졌다. 11~13일 '더 스퀄(THE SQUALL)'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공연은 2011년 아시아투어 '더 베스트' 이후 4년 만의 서울 공연이었다. 17년 차 가수로서 역량을 쏟아부은 이번 무대에서 자신 공연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비가 내리는 효과인 '워터폴(WaterFall)' 무대를 가장 큰 스케일로 선사했다.
'코스모폴리탄(세계인) 오빠'인 일본 비주얼 록 가수 미야비(34)는 7년 만인 12일 오후 홍대앞 롤링홀에서 내한공연하며 팬들을 열광게 했다. 그는 일본인 어머니와 재일 한국인 2세(귀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작년 봄부터 미국에 살고 있다. 더 넓은 세계 진출을 위해 영어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태생은 물론 생각과 활동 폭 역시 경계를 가로지른다. 실제로 이날 팬들의 국적이 다양했다. 공연에서 울려퍼진 곡들이 실린 앨범 '디 아더스'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이와 인종을 불문하고 공연장에 모인 이들은 하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