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350만대 아래로 내려섰다. 해외생산 확대로 인한 점진적 생산 감소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겹치며 2004년 이후 17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한국지엠·쌍용·르노삼성·대우버스·타다대우 등 7개 승용·상용 완성차업체는 지난해 346만2299대의 차량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2020년에 비해 1.3% 감소한 수치다. 2004년(347만대) 이후 17년만의 최저치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00년 처음으로 300만대를 돌파했다. 2007년에는 400만대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455만대를 넘기며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5년 이후 2016년 423만대, 2017년 411만대, 2018년 403만대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이듬해인 2019년에는 395만대로 400만대선이 무너졌다. 2020년 역시 코로나19로 전세계 수요가 위축되며 351만대 생산에 그쳤다.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생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부품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가장 심각했던 한국지엠의 경우 40% 가까이 생산이 줄었다. 국내 버스 역사의 출발점이던 자일대우버스가 2020년 6월 문을 닫은 것 역시 생산 감소에 소폭 영향을 미쳤다.
한국지엠과 쌍용차의 생산 감소가 특히 가팔랐다.
지난해 현대차가 0.1% 증가한 162만151대, 기아가 7.0% 증가한 139만8966대, 르노삼성이 11.9% 증가한 12만8328대를 각각 생산했다. 타타대우도 123.8% 증가한 9222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37.0% 감소한 22만3623대, 쌍용차가 23.2% 감소한 8만2009대, 대우버스가 100.0% 감소한 0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반면 해외생산은 8%대 증가세를 보였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은 8.2% 증가한 301만8268대를 나타냈다. 협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과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해외공장 일부 생산중단 등에 의한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국내 자동차 생태계를 위해서는 연간 400만대 생산을 회복해야 한다"며 "하지만 해외 주요국의 현지생산 압박이 커지고, 차량공유(카셰어링) 등으로 빠져나가는 수요도 늘고 있어 400만대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협회는 올해 자동차 생산이 360만대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