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 코스피지수는 9월16일 오전 10시 지난 주말(9월12)보다 91.17포인트(6.17%포인트) 떨어진 1386.75를 나타내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에 비해 32.63포인트(6.99%포인트)가 하락한 434.28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6.68포인트(6.54%포인트) 폭락한 1381.24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때 2007년 3월5일 1376.15(종가 기준)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 역시 큰 폭으로 올라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심리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9월16일 오전 10시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31.2원 오른 1140.7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장중 한때 전날보다 34.7원 폭등한 1144.2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4년 10월19일 1144.8원(종가 기준) 이후 3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증시 침체로 펀드 손실 역시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초 이후 손실액을 따지면 해외 주식형 펀드 21조7000억 원(순자산 기준), 국내 7조4800억 원이 날아간 셈이된다.
외부 작은 파동에도 ‘휘청’
국내 금융시장이 외부의 작은 파동에도 이처럼 급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의 매도세 증가와 국내 투자자의 쏠림현상,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흥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시장의 특성상 미 금융기관 등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 증시 만큼 쉬운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요즘처럼 외환시장이 요동를 치는 틈을 이용한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가 자금 이탈에 가속도를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주식 투자자들의 주가 하락에 따른 위기심리가 심화돼 손절매까지 하는 등 앞뒤 가리지 않는 주식 투매도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9월 위기설 확인 등을 위해 외평채 발행에 나섰다가 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접은 것 등으로 인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는 것도 금융불안을 더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보험·증권사가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4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파산신청을 한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한 금액이 절반가량인 7억2000만 달러에 달하며 특히 증권사들이 리먼브라더스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금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투자액 가운데 상당 금액은 모두 공중에 날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는 BOA의 주당 인수 가격보다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 보험그룹 AIG 3개 금융사에 연기금 7216만 달러(약 837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보험·주식·펀드 반응 제각각
이같은 상황에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외국계 보험사인 AIG에 가입한 계약자들이다. 미 최대 보험사인 AIG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가 공자금 투입을 결정했으나 불안요소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영업중인 AIG생명과 AIG손해보험 계약자들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계약을 해약하는 ‘보험 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AIG생명은 7월 말 기준 총자산 7조1000억 원에 320만 건의 계약을 보유, 지급여력비율이 146%에 달하는 등 금융기관의 기준을 상회하고 있어 질병·상해보험은 물론 원금보장을 약속한 변액보험까지 그대로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IG손해보험도 총자산 2374억 원에 121만 건의 보험계약을 보유하는 등 지급여력비율이 금융기관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한국AIG가 국내에서 철수할 경우 계약은 다른 보험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계약자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AIG손보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고 5000만 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어 고액계약자나 법인 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함께 펀드 및 주식 투자에 있어 급락세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간이 1년4개 월이라는 조사결과를 이유로 전문가들은 매도보다는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6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최악(-26.35~-49.52%)이었던 기간을 추적해 보니 9~16개월 이내에 회복했으며 최악의 경우 24개월을 버티면 모두 플러스 수익률(6.7~29.9%)를 냈다는 것이다.
일본식 복합불황 경고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자산 규모는 615억 달러로 전체 보유자산의 3% 수준이어서 각 회사별로 모두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9월 위기설은 해소됐지만 우리 경제가 종합적으로 더 나빠지고 있어 외환위기 신용카드에 이은 제3의 경제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등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교수는 당분간 주식의 경우 변동양세지만 내리막으로 갈 것이 분명해 결국은 안전자산 선호가 세계적으로 더 확산돼 우리나라에서 외국자본이 더 많이 빠져나가는 것에 경고했다.
또 외환위기때 수십개 됐던 종합금융사가 1~2개 남고 다 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투자은행을 금융투자회사로 발족한다든지 하는 것은 미국 금융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에다 순채무국으로 전락돼 외환위기 때보다 좋은 건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것 외에는 나아진 것이 없으며 제도적으로는 더 악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위기에 이어 제3의 경제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제3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자본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제자본에게 신뢰도를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성장중심의 MB노믹스를 본격화 할 경우 신뢰도를 높이는게 아니라 오히려 신뢰도를 낮추는 꼴이 돼 경제를 살리는게 아니라 경제를 망칠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을 본격화 할 경우 수도권 등지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안정세가 더욱 심화돼 연착륙이 경착륙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3의 경제위기가 국내적으로는 부동산으로 출발해 국외로는 금융위기가 전파돼 일본식 복합불황으로 치달을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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