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월18일 국무회의에서 “취임후 지난 6개 월은 워밍업(준비운동)을 한 기간이었다”며“이제는 상황를 모면하려고만 하지 않고 초기에 세워놓은 원칙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 등의 후폭풍으로 인한 ‘잃어버린 6개월’을 거울삼아 하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강력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주변 환경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탄압을 중지하라는 조계종 등 불교계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칠게 저항하고 있어 후반기 이명박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 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집권초부터 논란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좌·우 이념대결과 일본 자민당 후쿠다총리의 사임후 불거지고 있는 강경우파 총리의 등장에 따른 한일관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대내외 경제 여건 등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큰 것이다.
경부대운하 ‘취소’ 아닌 ‘중단’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 경기 회복을 위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국가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당당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나타내 보였다. MB로부터 등을 돌린 촛불 등의 반대여론에 더 이상 떠밀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8.21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8월26일 당정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 9월1일 세제개편안 발표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9월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등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처럼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배경에는 올림픽특수와 보수층의 재집결 등으로 얻어진 ‘30%대의 버블지지율’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지지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리는데 있다.
이는 일본 자민당 후쿠다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아베 총리의 바톤을 이어받을 1년여 전만해도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일본내 경제악화 등의 여파로 인해 최근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자 정책 수행 어려움 등의 이유로 사직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속앓이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경부대운하가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인한 반대세력에 떠밀려 표류하고 있으나 이를 이 대통령의 속내에서 지워버렸다고 믿는 세력은 그다지 많기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9월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운하 사업을 다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을 것이다. 정 장관은 또 대운하가 취소된 것이냐 중단된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통령의 특별 담화로 인해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던 대운하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해 경부대운하 사업의 재추진에 무게감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요금 가장 큰 관심은 물가안정과 민생대책”이라고 전하고는 있으나 국민들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은 분위기는 여전히 팽배해 있다.
부동산·세제감세안 등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기업 선진화, 기업프렌들리, 생활공감, 녹색성장을 택했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과 세제완화 등의 깊이와 폭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 정부는 9월 말 주택공급 확대와 종합부동산세 대폭 손질을 내용으로 한 규제 완화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 주택공급 확대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며 부동산 정책 기조도 시장 안정보다는 공급 확대쪽으로 크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월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축경기 활성화가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내수증대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청와대가 밝혀온 방침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는 것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다 8.15광복절을 계기로 기업인과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면을 감행했다. 뿐 만 아니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경제 5단체장들과의 만남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당정이 할 수 있는 모든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대기업 법인세 인하에 대해 1년 연기하는 설명과 함께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폐지도 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 추석 전후를 계기로 물가 및 민생안정대책 등에 주력, 국민들의 신뢰도를 다시 한번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후반기 인상요인으로 예상됐던 공공요금 가운데 철도와 버스 등은 당분간 연기하는 한편 고유가로 인해 공급가 등에 영향을 받았던 가스와 전기요금만 인상키로 했다.
이념대결 탈피해야 ‘성공’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등을 통한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6개 월동안 국민 마음속에 쌓여있는 불신과 실망감이 생각보다는 크다는데 있다. 더군다나 최근 이 대통령이 쏟아내고 있는 세제감세안과 부동산대책, 대기업 프렌들리 등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뿐 만 아니라 이같은 정책이 자칫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경우 이념대결 구도로 펼쳐질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념을 내세운 경제활성화 등 동력회복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 행보가 보수층을 겨냥한 정책들로 인해 실용을 버리고 보수강경으로 회귀, 보수희구 세력으로부터 지지세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을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예로 최근 언론과 공기업, 연구기관 인사에까지 보수일색의 낙하산 인사가 자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 일부에서도 이 대통령이 약속했던 ‘실용’과 ‘경제’에 충실한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촛불’에 끌려 다녔던 6개월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6개 월을 맞이한 현 정부로서는 경제회복이란 당면과제에 몰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며“부동산정책 기조 등에서 나타나 듯 정책의 혼란으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더 이상 키워 나가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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