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청와대와 여당간 ‘공천권 주도잡기’ 내분으로인한 틈새를 야당의 송곳니가 점차 파고드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파와 추미애 대표의 신경전으로 인해 발생한 귀중한 시간을 국민의당은 ‘당 노선 정립과 통합’,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우기’에 몰두해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21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친문(親文)과 추미애 대표 사이에 공방전이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당발전위원회를 신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시절 만든 공천 룰을 뜯어고치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 추 대표와 친문계는 지난 18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홍영표 의원 등은 친문계 인사는 “지방선거가 10개월 남은 이 마당에 정발위가 룰을 바꾸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이는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핵심을 내비추는 것은 숨겼지만 ‘언중유골’의 속내가 교묘히 감춰진 말이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회수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을 흔들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장, 지방의원의 공천에 대해 중앙당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시절인 2015년 만들어졌다.
이 같은 맹공에 추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발위에 대한 불필요한 억측과 왜곡이 있다”며 소설같은 허구와 왜곡 등 예외적인 단어를 동원해 가며 맞받아쳤다.
그러나 추대표가 공천권의 규칙을 바꾸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부정도 긍정도 명확히 내비치지 않아 당 내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심(文心)이 자꾸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진보세력의 키워드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등에게 기우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는 대권을 향한 교두보로 서울시장을 노리는 추미애 대표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현재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추대표도 당의 공천방식 때문에 실력있는 인재가 정치에 입문하기 어렵다고 공식적 언급하는 등 지역 선거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파를 겨냥한 발언을 서슴치 않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으로부터 벌써부터 ‘지방선거 여소야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실제 ‘이유미 파동’으로 바닥을 경험한 국민의당은 이같은 여당 내 분위기 활용, 상승곡선을 타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대통합론’을 펼치고 있는 것. 안 후보는 언론들을 통해 지방선거 전 바른 정당 뿐만 아닌 여당 내에도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인사들과 연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우리당이 중심을 잡으면 (민주당 등) 우리쪽으로 많은 분들이 모일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분으로 탈당할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그간 비판받아온 당의 정체성 확립도 이 기회에 세우겠다는 포부이다. 안 후보는 “창당이후 제대로 못했던 당의 노선 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며 합리적 중도개혁을 공식천명함으로써 이를 명확히 했다.
반면 ‘촛불민심’의 된 맛을 제대로 봤던 보수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으로 번 시간을 구체제와의 단절에 쏟을 예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ㆍ우파가 더는 실패한 구체제를 안고 갈 수 없다“며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와의 작별을 고했다.
홍 대표의 이런 언급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추진하면서 흩어진 보수ㆍ우파를 결집,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진용을 짜겠다는 구상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