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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6년을 지배한 문화코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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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에 열광했나?
대중문화를 통해 보는 시대적 감성과 심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종합편성채널이 자리 잡으면서 2030 세대의 생각과 욕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미디어 콘텐츠가 증가했다. 미디어는 불안한 청춘들의 삶의 거울이 됐고, 충무로는 ‘헬조선’을 풍자했으며, 힙합으로 분노를 내지르고, 어른들은 장난감으로, 때론 달콤한 로맨스로, 아날로그적 ‘아재 개그’로 그 분노와 불안을 해소했다.


혼술남녀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트렌드를 다중적으로 담고 있다. MBC ‘나혼자산다’, SBS ‘미운우리새끼’, Olive ‘조용한 식사’ 등 예능계는 물론, 드라마까지 강타한 ‘싱글 콘텐츠’ 중 올해의 히트작이다. ‘혼술남녀’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혼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해냈다. 또한, 한국의 싱글 문화와 숙명적인 관계를 갖는 N포 세대의 애환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최근의 청춘물 트렌드를 민감하게 활용한 대표작이다. SBS ‘미녀공심이’, JTBC ‘청춘시대’ 등 불안하고 고단한 청춘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가 많은 한 해였다.


부산행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다관객을 기록한 ‘부산행’은 애니메이션계의 스타 연상호 감독의 실사 데뷔작이자 한국 좀비물 중 주류 영화 시장에서 성공한 첫 작품이다. ‘부산행’은 ‘곡성’과 더불어 호러라는 비주류 장르로 1000만 관객을 넘긴 독특한 사례가 됐다. ‘괴물’의 흥행에서도 이 같은 진단이 있었는데, 한국은 비주류적 장르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고, ‘부산행’은 이 같은 한국적 현상의 전형적 예가 됐다. ‘부산행’은 또한, 몇 년간 충무로에서 유행하는 ‘헬조선’ 키워드를 담기도 했다. ‘베테랑’ ‘내부자들’ ‘암살’ 등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흥행 5위권 안에 ‘부산행’ ‘터널’ ‘밀정’ 등 부패한 기득권과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터널’은 완성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와 무능한 리더의 노골적인 패러디가 흥행의 핵심적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태양의 후예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30%대를 기록한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다. 흥행 보증수표인 김은숙 작가 집필, 100% 사전제작으로 한중 합작, 송중기 송혜교 등 스타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가상 국가 우르크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들이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애와 로맨스를 담은 소재도 독특했다. 중국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이끈 올해 최고의 한류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군인 말투는 유행어가 되는 등 각종 신드롬이 한국과 중국을 강타했다. 주연 배우들의 몸값은 최고점을 찍었고, 촬영 장소에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OST를 비롯해 극중 패션 화장품 소품 등 또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아재


촌스럽지만 인간적이고 유행에 조금 뒤처지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편안한 어른을 일컫는 단어 ‘아재’는 올해의 주요 문화코드다. 소통을 거부하는 권위적 이미지의 ‘꼰대’와 달리, ‘아재’는 시대에 뒤처졌지만 소통의 노력을 하는 ‘귀여운’ 모습과 ‘아놀로그적 감성’으로 편안함을 주며 사랑받았다. 직장상사가 애써 부하직원과 소통하고 싶어 던지는 억지 말장난이 시초가 된 ‘아재 개그’가 유행했고, 기존 꽃중년과 다르게 친근하고 털털한 조진웅 유해진 마동석 곽도원 등의 배우들이 사랑받았다. 최근 방영이 시작된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뜬다’는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 안정환 ‘아재’로만 구성해 ‘아재’ 콘텐츠인 ‘패키지 여행’을 테마로 만들며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했다.


힙합


음악계의 주요 장르가 된 힙합의 인기는 죽지 않았다. 원래 하위 계층에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시작한 장르인 만큼 힙합의 사회·문화적 의미는 작지 않다. 한국에서 힙합이 처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는 권위주의와 기성 질서에 저항하던 X세대 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힙합이 사회비판이나 저항정신을 제대로 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함과 직설은 여전히 힙합의 핵심 정서다. 힙합의 인기는 이 같은 정서의 공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키덜트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가 ‘유치한 취미’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운 시대가 됐다. ‘키덜트’는 확실한 산업이자 예술적 영역으로까지 인정받는 추세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적 분위기는 ‘키덜트’의 위치를 상승시켰다. 미디어는 피규어나 토이에 빠진 어른의 모습을 자주 등장시켰다. 뉴스나 사회적 상식에 민감하고 인터넷을 통한 토론이 일상인 시대를 살면서 사회비판적 성향도 강한 것이 최근 대중의 속성이다. 동시에, 이로 인한 피로감과 현실에 대한 분노를 잊게 해주는 소소한 위안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음식 여행 복고 토이 등이 대중의 마음을 장악한 이유다.


걸크러쉬


걸(girl)과 크러시 온(Crush On)의 합성어인 걸크러쉬 신드롬은 단순히 여성이 흠모하는 캐릭터의 인기라는 의미 이상이 있다. 기센 언니, 강하고 당당한 여성 이미지는 어느 시대든 하나 둘씩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걸크러쉬는 여성 캐릭터의 전반적 진보와 상통한다. 대표적 걸크러쉬 걸그룹 ‘마마무’는 대상화된 여성성이 지배하는 아이돌 문화를 역행한다.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의 김숙은 가부장제의 남성과 같은 대사를 의도적으로 늘어놓으며 ‘가모장’ 캐릭터를 구축했다.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는 격투기가 취미인 여의사가 등장했다. 대중문화의 여성캐릭터 전반의 변화를 걸크러쉬 트렌드가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병맛


1980년대 만화영화나 각종 영상물에 병맛 더빙 콘텐츠로 2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스타 장삐쭈, 망가짐의 끝을 보여주는 분장개그와 접히는 뱃살을 과감히 노출하는 코미디언 박나래, 사소하고 엉뚱한 시청자들의 질문에 황당한 방법으로 답을 찾는 JTBC ‘아는형님’ 등은 B급 코드의 열풍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다. 광고계 또한 병맛 트렌드가 히트였다. 특히 각종 유튜브 광고는 아재와 병맛 코드를 뒤섞은 아이템이 장악한 한해였다.


블랙리스트


문화계에 돌던 ‘블랙리스트’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 역대 최대 규모의 시국선언으로까지 번졌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의 실상은 비선실세들의 놀이터이자 먹거리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간 유래 없는 문화계의 검열과 지원금 차별 등이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의 참모습이었던 것이다. ‘세월호’는 문화예술계 전반의 금지어로 통했고, 박근혜와 박정희 권력에 대해 비판한 작품들은 불이익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문화인들은 촛불 광장에서 공연으로 항의했고 새로운 민중음악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독특한 문화현상이 일어났다. 광장 밖에서도 뮤지컬 ‘오! 캐롤’ 연극 ‘파란나라’ 등 작품을 통해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시국비판이 쏟아졌다.


판타지 로맨스


‘시크릿 가든’ ‘별에서 온 그대’ 등 판타지 흥행작들의 계보가 이어져 올해는 상당량의 드라마가 판타지와 로맨스의 결합을 선택해 인기몰이를 했다. tvN ‘또 오해영’, MBC ‘W-두 개의 세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흥행에 성공했고,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왕자와 공주, 재벌과 평민이 사랑에 빠지고 여주인공을 구원하는 로맨스를 받아들이기는 힘든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여성의 구원 판타지는 초현실적인 존재와 상황을 만들어냈다. 고단한 현실을 위로하는 이 재미있는 ‘한바탕 꿈’이 더 이상 ‘현실과 닮은 꿈’이 아니라, 점점 더 현실과 격차가 큰 환상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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