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중 8곳이 '저가에 날림시공' 잦은 고장초래... '쫓기듯 수리' 근본 원인
[시사뉴스 김재순 기자] 한마디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19살 수리공의 참변은 예고된 사고나 마찬가지였다.
121개 역이 있는 서울지하철 1∼4호선 중 스크린도어(안전문)를 먼저 설치한 24개 역의 역당 설치비용과 비교해 나중에 설치된 역의 설치비용이 ‘반값’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나 잦은 고장률의 원인이 됐고 결국 20대 청년의 죽음으로 연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들 대다수의 역 스크린도어 공사가 이 때문에 1년 넘게 걸렸던 설치 기간도 반년 이내로 줄었는데 이는 결국 날림공사를 불렀다는 결론이다. 지난달 28일 사망 사고가 난 지하철 2호선 구의역도 스크린도어가 반값으로 지어진 곳 중 하나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처음 스크린도어를 24개 역에 도입할 당시에는 1개 역에 약 3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이후 서울메트로가 나머지 97개 역에서 낸 입찰에서는 요구 사항을 대폭 간소화하고 공기(工期)를 줄여 설치 용역비가 18억 원 안팎으로 줄었다는 설명이지만 실상은 이 과정에서 풍압(風壓)에 대한 내구성 확보 등 처음 24개 역에는 포함됐던 사항이 다수 생략됐기 때문이었다.
이 역시 잦은 고장률을 보인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유지 보수 업체측으로서도 이 부분을 성토한다. 다시말해 무리하게 비용을 낮추고 날림 공사를 한 탓에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메트로에 따르면 반값으로 지어진 스크린도어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고장률이 10배가 넘는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메트로측도 부실시공을 시인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이번 사고도 구의역과 을지로4가역에서 동시다발로 고장이 발생하면서 ‘2인 1조’ 규정을 지키지 못한 탓도 한몫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직 직원의 채용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서울메트로의 위탁사업 입찰 조건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사고 희생자가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PSD가 서울메트로와 체결한 ‘외부 위탁 협약서’에는 서울메트로 퇴직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퇴직 전 임금의 60∼80%를 잔여 정년에 따라 지급하는 내용도 담겨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