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명환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좀 더 폭넓게 제재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작년 2월 시행된 이후 적발된 첫 사례다. 특히 공정위는 현대그룹 외에도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4개 그룹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이 2012년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HST가 현대증권과 제록스와의 거래에 자사를 끼워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를 할 수 있음에도 HST와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10.0%의 마진율을 제공했다. 제록스와 직거래를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8300원의 임차료를 내면 되지만 HST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월 18만7000원을 냈다.
HST는 현정은 회장의 동생인 현지선씨와 제부인 변창중씨, 변씨의 형제들이 지분의 100%를 보유한 회사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기간이 1년가량 남은 시점임에도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쓰리비와 계약을 체결했다.
쓰리비는 3년간 택배 운송장(56억2500만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경쟁 택배운송장 회사가 한 장당 30원대 후반∼40원대 초반에 운송장을 공급한 데 비해 쓰리비는 55∼60원에 공급했다. 쓰리비는 변창중씨가 40%, 현 회장의 조카인 변종웅·변종혁씨가 각각 3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다.
쓰리비는 2009년 외국 정유업체 에이전시 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현대로지스틱스와 계약하기 전에는 택배 운송장 사업 경험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 현정은 회장 일가가 소유한 HST, 쓰리비 등 4개 회사에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하고,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