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누스 천세두 기자]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000달러로 줄어들며 10년째 2만달러 대에 머물렀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2만달러의 늪'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 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7340달러로 전년(2만8071달러)보다 2.6% 감소했다. 1인당 GNI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맞았던 지난 2009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8.4% 상승한 영향이 컸다. 1인당 GNI는 달러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실제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해 원화 기준으로는 3093만5000원으로 전년(2만9565원)보다 4.6% 증가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데에는 환율 변동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보여주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1만5524달러로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다만 원화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4.7% 늘어난 1756만5000원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는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지난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실질 무역손실규모가 이익으로 전환되고,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실질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집계됐다. 2012년(2.3%) 이후 3년만에 최저치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4분기 전분기대비 0.7% 상승해 1월 속보치(0.6%)보다 0.1%p 올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증가율이 1.3%로 전년(3.5%)보다 크게 둔화됐고, 서비스업도 2.8%로 전년(3.3%)보다 주춤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건설업은 3.0% 증가해 전년(0.8%)에 비해 증가세가 확대됐다.
GDP디플레이터는 2.2% 상승해 전년(0.6%)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GDP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물가 추이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와는 차이가 있다.
전승철 국장은 “GDP 디플레이터는 수입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중간 투입재가격이 떨어지면서 상승하게 됐다”며“올해 원자재 가격 향방에 따라 경상성장률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명목 GDP는 155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9% 늘었다. 총저축률은 35.4%로 전년(34.5)보다 0.9%p 올라 지난 2004년(35.5%)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순저축률은 7.7%로 전년(6.3%)에 비해 1.4%p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국내 총투자율은 28.5%로 전년보다 0.8%p 하락해 1998년(27.9%)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경제성장이 악화되다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3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일단 경제성장률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잠재성장률까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3만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5~2018년중 3.0~3.2% 로 금융위기 이전인 4.8~5.2%보다 최대 2%p 떨어졌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큰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도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2.7%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실질적인 경제 성장활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낮은 성장에 원화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7100달러, 내년에 2만7000달러로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