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단 해운·조선·건설 등 경영환경이 어려운 업종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자 유동성 확보는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유동 확대에 박차를 가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적극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 유동성을 늘려나가고 있다.
유동성이 확보되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미래성장엔진을 키울 수 있다. 잘 나가는 대기업들까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매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요 대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분야는 정리하는 대신 신산업 육성에 애쓰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톈진 공장 내 LED 패키징 생산라인 장비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미래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신 미래성장엔진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비피(BP)화학 등 화학계열사 3개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고, 대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 육성키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사업재편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삼성은 지난해 말 바이오로직스 3공장에 8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비핵심 계열사인 유비케어 주식 등을 팔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SK가스의 자회사 SK어드밴스드의 지분 25%를 쿠웨이트 국영기업에 넘기며 1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는 신사업의 발판을 다지기 위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에너지 신산업에 500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주요 메모리 부품의 특화기지로 육성할 청주공장에 15조5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LG 그룹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태양광 사업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경북·구미시와 경북도청에서 '태양광 신규 생산라인 투자에 관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태양광 모듈라인 8개를 보유한 구미 사업장에 2018년까지 527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앞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는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투자재원을 미래 신사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