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1)에게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줄지 관심이 모아진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내년 1월 14일 개봉한다. 디캐프리오는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뿐만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레버넌트’는 미국 서부 역사에서 전설적 인물로 꼽히는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1823년 필라델피아 출신의 개척자였던 글래스는 한 모피회사에서 사냥꾼으로 일하던 중 회색 곰을 만나 목과 머리, 등, 어깨, 허벅지에 큰 부상을 입는다. 동료들은 그를 돌봐주다 나중에는 버리고 달아나고 홀로 남겨진 글래스는 고통과 추위, 배고픔과 싸워가며 4000킬로미터가 넘는 기나긴 여정을 지나 살아서 돌아온다.
영화는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무대로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자연의 혹독함과 인간의 비정함에 맞서 끝까지 살아남는 한 남자이자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모피 산업은 금광과 석유산업이 개발되기 이전 서부 산업주의 발달의 밑거름이 됐다. 원주민 아리카라 족은 미주리 강 근처의 비옥한 땅을 터전으로 모피사냥꾼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공격에 호전적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평화적으로 접근한 외부인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이 과정에서 혼혈아가 탄생했다.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휴 글래스의 실화에 가족 이야기를 덧댔다. 극중 글래스는 원주민과 결혼하고 그 사이에 혼혈아들인 ‘호크’를 뒀다. 부자관계는 감독이 천착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2) 감독은 18일 서울 명동CGV에서 열린 화상기자간담회에서 “혈연관계는 보다 원초적이고, 거기에는 복잡한 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관계다. 이 영화에서 아들은 혼혈이다. 덕분에 삶이 더 복잡해진다. 이는 미국의 현재와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 남자의 실화에 매료된 이유는 복수다. “복수는 무엇인가? 그 사람의 끈기나 강인함도 보여주고 싶었다. 삶의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대사를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바디랭귀지와 영상으로 수많은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극중 아리카라족은 개척자들에게 빼앗긴 딸을 찾아 나선다. 그는 “원주민을 그저 신비로운 사람이 아니라 위엄과 존중을 바탕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이 영화에는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와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영화의 주 무대는 광활한 대자연이다. 원시성이 살아있는 대자연은 위협적이면서도 장엄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협을 함께 느끼길 바랐다”며 “특히 나무는 지구의 보호자다. 숲에서 압도감을 느끼면서 하늘에 닿을 듯 뻗은 나무들이 등장인물을 보호한다는 느낌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를 위해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을 진행했으며, 인공조명을 배제했다. 또 전작인 ‘버드맨’(2014)처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을 애용했다.
“영화란 그 자체가 시간과 공간과 빛이다. 그게 영화의 정수다. 세 가지가 제대로 이뤄졌을 때 절정감을 느낀다. 시적인 결과물을 얻는다. 관객들이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자연 속에 풍덩 빠지길 원했다. 그리고 그 물리적 환경에 있는 인물들의 정서적 경험을 잘 포착해내길 바랐다.”
영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감독은 늘 촬영에 앞서 의식을 치른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강가에서 원주민 예식대로 영화와 생명, 땅을 축복하는 의식을 치렀다. 매번 유사한 의식을 치른다. 모두가 큰 원을 만든 뒤 손을 맞잡고 침묵을 지키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그 순간을 느낀다. 이번에는 원주민을 통해 영혼을 한번 씻어내는 의식을 치렀다. 건강과 안전을 기원했다.”
이냐리투 감독이 ‘버드맨’에 앞서 준비한 영화로 “예술적으로 큰 성취감을 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휴 클래스가 그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돌아왔다는 게 정말 경이롭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작업은 시련과 어려움, 아름다움이 따르는 작업이었고 그것은 삶의 여정과도 같았다.”
첫 장편영화 ‘아모레스 페로스’(2000)로 제5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21그램’(2003) ‘바벨’(2006) ‘비우티풀’(2010) ‘버드맨’을 통해 영화 작가로 주목받았다. ‘버드맨’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