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입은 부상으로 현재까지 의식불명상태인 농민 백남기(69)씨가 이른바 '빨간 우비'를 입은 시위 참가자에게 가격당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백씨는 경찰이 시위대 행진을 막기 위해 사용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씨의 부상은 이번 집회를 놓고 벌어진 과잉진압, 폭력시위 논란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져 여야 대립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9일 백씨의 부상이 빨간 우비입은 시위 참가자의 폭행으로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국회에서 열린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SNS에서 동영상이 나돈다"며 "빨간 상의를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농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백씨가 위중한 건 안타까운데 현재 SNS상에 나도는 동영상을 보면 약간 모호하지만 빨간 상의를 입은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농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찍혀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다쳐서 끌려가는 농민을 몸으로 덥쳤다"며 "다른 사람이 구호 조치를 하려고 하는데 굳이 저기서 올라탄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와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빨간 우비의 괴한, 그의 정체는?'이란 글 등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국 여당 의원들도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의 행동이 백씨 상해의 원인 같다며 확실한 수사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경찰도 빨간 우비의 신원이 특정되는 대로 해당 남성을 불러 제기된 의혹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해당 영상을 보면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백씨 쪽으로 쓰러진 것은 맞으나 이는 폭행 등 상해를 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빨간 우비는 백씨를 경찰의 물대포로부터 막다가 쓰러졌고 빨간 우비의 등이 보일 정도로 상의가 위로 쓸려올라 간 것은 그만큼 물대포의 세기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또 일각에서는 영상의 한 장면과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일부러 가격하기 위해 팔꿈치가 꺾여있다', '북한의 격술기법과 일치한다' 등의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말도 안되고 어설픈 선동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는 "경찰이 (백씨를 향해) 또 물대포를 쏠까봐 막으려 한 것이고 실제로 물대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