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러시아 베링해 '501 오룡호' 침몰사고 수색작업이 기상악화와 장비 고장 등으로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름 가까이 수색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9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5000t급 경비함정 '5001함'이 지난 13일 사고해역에 도착한 뒤 1주일째 해군 초계기(P-3) 2대, 한국·러시아 어선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으나 수색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경비함 등은 미국 해안경비대의 데이터 탐지부표를 활용하고 있다.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해역을 중심으로 'ㄹ'자로 훑어가면서 탐색하고 있다. 조류를 감안해 침몰해역에서 100해리 떨어진 지점까지 수색범위를 넓혔다.
19일 현재 수색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링해의 동절기 기상이 혹독한 탓에 초속 20m 이상 강풍과 5m가 넘는 파도로 수색을 중단하고 인근 항구로 피항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경비함 등은 지난 1주일간 절반 가까이 피항해야 했다.
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하루 4~5시간에 불과한 점도 애로사항 중에 하나다. 게다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북쪽으로부터 유빙이 떠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해안경비대는 우리측에 유빙에 의한 선박 안전 위협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경비함 실린더헤드가 손상돼 교체작업이 이뤄졌다. 파도가 높아서 공회전을 계속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남은 부품이 없어서 다시 고장이 나면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경비함 승무원들의 피로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베링해의 높은 파도와 강풍, 유빙, 눈보라 속에 승무원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또 단기 교대체제로 근무하던 승무원들이 출항 후 2주일째 교대를 하지 못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아울러 오는 31일이면 해당 해역 어선 조업기간이 만료돼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아가 내년 1월 중순이면 해역이 결빙돼 수색활동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수색 장기화에 따른 경비함의 보급이나 초계기 정비 등을 감안해 철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바다에 가라앉은 오룡호로 잠수부를 보내 실종자를 찾는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사고 해역의 3배에 달하는 깊은 수심과 매우 낮은 수온, 심해의 빠른 유속을 감안할 때 잠수수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선체 인양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베링해 동절기 인양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했다"며 "하절기에 인양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막대한 금액과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외국인 생존자 6명(필리핀 3명, 인도네시아 3명)과 시신(인도네시아인 14명, 필리핀인 5명, 신원미상 2명) 21구를 실은 러시아 운반선 오딘호는 9일 사고해역을 떠났지만 현지 기상악화로 상당기간 피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부산항 도착시점은 예정됐던 20일보다 엿새 늦은 26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수색종료시점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선원가족 입장도 있어서 선원가족과 협의하고 현지 수색상황을 감안해 앞으로 (수색종료시점을)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적절한 환경에서의 수색은 사실상 이미 어려워졌다. 지금도 무리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무리를 해서라도 시신 1구라도 찾겠다는 의지를 갖고 수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탑승자 60명(한국인 11명, 인도네시아인 35명, 필리핀인 13명, 러시아인 1명) 중 생존자는 7명(필리핀인 3명, 인도네시아인 3명, 러시아인 1명), 사망자는 27명(한국인 6명, 인도네시아인 14명, 필리핀인 5명, 신원미상 동남아인 2명), 실종자는 한국인 5명을 포함한 2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