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 본부포대 의무병 윤승주일병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가해자들의 가혹행위가 추가로 드러났다.
윤 일병을 관물대 밑에 가두는가 하면 개처럼 기어서 과자를 먹게 하고, 역기를 들어 폭행 시도를 하는 등 비인간적인 가혹행위를 거침없이 해 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3야전군사령부 검찰부는 2일 윤 일병 사건 가해자 6명 중 4명의 죄목을 당초 상해치사죄에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한다며 가해자들의 추가 범행 사실을 밝혔다.
6명의 가해자는 주범 이모병장(운전병·구속)을 비롯해 하모병장(분대장·구속), 이모상병(의무병·구속), 지모상병(약제병·구속), 하모하사(의무지원관·구속), 이모일병(의무병·불구속)이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전입 후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3일부터 사망하기 전날인 4월6일까지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건의 주범이다. 그는 3월10일께 윤 일병을 혼내는 와중에 다른 곳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한 번에 20여분씩 총 3차례에 걸쳐 관물대 아래 공간에 가두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병장은 “개처럼 기어봐라”, “멍멍 짖어봐라”라고 하는 가하면 침상에 과자를 던지며 “개처럼 먹어봐”라고 지시해 윤 일병이 떨어진 과자를 입으로 주워 먹게 하는 등 생각하기도 힘든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이 병장은 3월 중순께 자신의 폭행과 가혹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윤 일병에게 "마음의 편지 등으로 고충을 제기하면 네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하고 어머니를 섬에 팔아버리겠다"며 입에 담기도 힘든 협박을 서슴없이 해 댔다.
윤 일병 모친을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은 군인권센터가 7월31일 이번 사건을 폭로할 당시 지 상병에게 했던 것으로 기술됐었던 내용이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이 병장이 가혹행위 자체를 막기 위해 윤 일병은 물론 가해자들까지 공포를 불어넣어 입막음을 시도 한 것이다.
가해자 이 상병 역시 3월7일께 윤 일병이 보안을 유지해야 할 암구호를 팔에 보이게 적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가슴을 다섯 차례에 걸쳐 폭행했다. 지 상병은 같은 달 22일 정맥주사 놓는 방법을 교육하던 중 윤 일병이 실수를 하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차례 폭행했다.
특히 하 병장은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날인 4월6일 오전 8시30분께 소속대 생활관에서 5㎏짜리 역기를 들어 윤 일병을 내리쳐 폭행하려고 했다. 이때 윤 일병은 이미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르며 행동이 느리고 가슴을 비롯한 몸에 상처가 많은 등 이상 징후를 보였던 때다. 이미 윤 일병이 이상 징후를 보였음에도 가해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혹행위를 한 것이다.
◆‘살해’ 증거인멸 시도한 가해자들
4월7일 윤 일병이 사망한 직후 가해자들은 범행 은폐를 위한 증거인멸행위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벌였다. 당초 윤 일병의 수첩 두세장을 찢었다던 진술과 달리 수십여장을 찢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 밝혀졌다.
군 검찰은 이를 이유로 이 일병에게 '증거인멸죄'를, 이 병장과 하 병장, 지 상병, 이 상병에 대한 '재물손괴죄'를 더해 추가 기소했다.
3군단 검찰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범행으로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자 그동안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밝혀질 것을 우려하여 피해사실이 적혀있거나 범행과 관련된 윤 일병의 소지품을 버리기로 공모한다.
4월7일 지 상병은 생활관에서 윤 일병의 관물대와 의류대(더블백)를 뒤져 스프링노트 1개, 수첩 1개를 발견해 하 병장에게 건넸다. 하 병장은 이를 일일이 확인해 그 중 10~15장 정도를 찢었다.
이 상병과 이 일병은 하 병장이 찢은 종이와 기타 A4용지 50여장, 이 병장이 후임병들로부터 받은 반성문 20여장, 유 하사가 윤 일병을 폭행하는 와중에 부서진 스탠드 유리조각, 이 병장이 윤 일병을 폭행하던 중 찢은 러닝 2장 등을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3군단 감찰부 관계자는“운전병이던 주모자 이 병장과 달리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학과 재학 중 입대했고 입대 후 특기교육을 통해 일반인보다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며 “그동안 윤 일병에 대해 지속적이고 잔혹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등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여러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반면 군인권센터는 살인죄 적용과 관련해 “3군사령부 검찰부 브리핑은 사인과 추가 기소 내용에 있어서 사실상 28사단과 6군단 헌병대 및 28사단 검찰관의 부실 은폐 수사를 인정한 것이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