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중국산과 베트남산 저가 의류를 '라벨갈이' 수법으로 국산으로 둔갑 시켜 정부·공공기관에 납품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외국산 저가 제품이 대규모 라벨갈이를 통해 공기업 등에 납품한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23일 인천시 중구 수출입통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국산 저가의류를 국산인 것처럼 속여 공공기관 등에 부정 납품한 것으로 조사된 9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납품한 양은 정부·공공기관·군부대 등 31개 기관 모두 158만 점으로 납품금액만 678억원 상당이다.
세관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10개월간 '원산지 단속 전담팀'을 구성해 일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16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베트남, 중국 등에서 수입한 의류의 원산지 표시 라벨을 제거해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이른바 '라벨갈이' 수법으로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제품이 납품된 기관은 군과 경찰청, 기상청, 한국철도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31곳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육군과 공군 일반병들이 입는 근무복 33만점도 포함됐다.
세관 조사 결과, 이들 9개 업체는 납품계약 물량 자체를 생산할 능력이 부족한데도 직접 생산을 조건으로 조달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생산한 완제품 의류를 수입한 다음, 현품에 부착된 원산지 표시 라벨을 제거하고 재포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직접 수입한 물품을 그대로 납품할 경우 수사기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물품을 가공하는 제3의 국내 임가공 업체가 대신 수입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세관은 이들 납품 업체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관련 정보를 조달청에도 통보했다.
안용락 세관 조사팀장은 "정부 기관에 라벨갈이를 통해 납품한 업체들은 납품가격에 약 8%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업체에 판매금액의 10분의1이나 과징금 최대금액인 3억원 중 낮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