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페이스북이 이른바 ‘조국수호’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했다.
검찰이 정 교수를 사실상 공개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정 교수의 페이스북에 조 장관과 정 교수 지지자들이 운집하고 있다.
정 교수에 대한 검찰조사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던 이달 초 검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피의사실이 언론에 여과없이 노출되자 정 교수가 침묵을 깨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하며 언론에 ‘추측성 보도’을 말아 달라고 호소했었다.
당시 정 교수는 “자신은 수사 중이라 사실이라도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처지인데 언론은 의혹으로 추측한 것까지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부 지지자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짧은 위로메시지를 남기는 정도였다.
지금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반응이 폭발적이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무려 1만6.000명이 들어왔고 그중 9,000명 가까이가 ‘좋아요’를, 5,000명 이상이 ‘슬퍼요’를, 1,700명 이상이 '화나요'를 눌렀다. 3,700명이 댓글을 남겼고 3,200번이나 공유됐다.
댓글도 단순한 위로나 응원이 아니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함께 지키고 싸우겠다”는 동지적 결의까지 다질 정도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 교수의 페이스북이 단숨에 이렇게까지 지지층을 끌어모은 데는 최근 검찰이 조 장관과 정 교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부부의 아들과 딸을 조사하는 과정이 “과도했다”는 여론과 정 교수가 당시 어머니로서 겪은 ‘무력감’을 페이스북에 토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어제가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 먹었다. 새벽에 아들과 귀가해뻗었다 일어나니 딸애가 이미 집을 떠났다. 연속적으로 뒷모습고개숙인 모습 사진이 언론에 뜨고…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나 보다.
매일매일 카메라의 눈에,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되어 간다.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 8월말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 우는 딸아이를 아빠가 다독일 때도 나는 안아주지 않았다. 더 울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밤새 울다가 눈이 퉁퉁 부어 2차 소환에 임한 딸애는 또 눈이 퉁퉁 부어 밤늦게 돌아왔다. 조사받으며 부산대 성적, 유급 운운 하는 부분에서 모욕감과 서글픔에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살다보면 공부를 잘할수도, 못할 수도 있다. 나는 그 날, 딸애 앞에서 울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정 교수와 ‘친구’를 맺은 이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검찰을 맹비난했다.
“아이를 불러다가 모욕감까지 주고도 모자라 꿈 많은 소녀의 일상이 모두 담겼을 다이어리까지 가져갔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는 딸의 생일케익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조 장관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페북친구(페친)는 “장관으로서의 어깨에 얹힌 그 무거운 소명보다 아빠로서 들고 있는 저 케익의 무게가 더 무겁지 않았을까 하는 아픈 마음이 들어 함께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쓰기도 했다.
『그대 물이 되셔요
모든 잔인하고 사나운 공격을 감당하며
안으로 싸안고 낮고 넓은 곳으로
넉넉하게 흘러가는 물……』
조 장관 지지자로 잘 알려진 김정란 교수의 시도 올라왔다.
시를 올린 페친은 “이 시가 거친 모래로 쓸려나간 정 교수의 마음에 한 방울 물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의 페친들은 조 장관과 정 교수 지지를 넘어이번주 토요일로 예정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성공시키자며 한껏 불을 지피고 있다.
“조국 개인이 아닌 나의 조국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무한대 지지를 보냅니다.”
“우리는 촛불을 들 것이고, 제가 누에다리에 올라가 찍을 겁니다. 그 사진을 정 교수님 페이스북에 댓글로 달 겁니다.”
“정치검찰에 맞서 100만 명이 곧 촛불을 밝힙니다. 이번주 토요일 아들하고 나갑니다. 절대로 굽히지 마세요, 정 교수님! 누에다리 밑까지 시민들이 가득 메울 것 같은데요.”
“뜻을 같이하는 많은 국민이 함께하니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동 트기 전 깊은 밤입니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하는 이도 있었다.
“정 교수의 글을 읽고 영화 <변호인>이 생각났다”며 “정권은 바뀌었는데 검찰은 그대로 자신들의 입맛대로 칼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나도 조국의 변호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
페친들의 응원에 힘입은 듯 정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면돌파하는 자세다.
“검찰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오보”라고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소환을 앞두고 정 교수의 페이스북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이 페친들의 화두로 떠오른 만큼 정 교수의 페이스북은 ‘조국대전’으로 불리는 지금의 정국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전개될 ‘검찰개혁대전’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의 장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