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한미(韓美)정상 통화 유출 논란에 휩싸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당(黨)·정(政)·청(靑)이 ‘협공’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방한(訪韓)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음을 밝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수 차례 요청했다고 근래 주장했다. 청와대는 당초 이를 부인했지만 강 의원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이 점차 드러나자 ‘국가기밀 유출’ 공세로 프레임을 전환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대외 공개가 불가한 기밀로 분류되는 한미정상 통화 내용 유출을 확인했고 유출자 본인(주미 한국대사관 직원)도 이를 시인했다”며 “외교부가 조만간 감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8일 외교부는 전날 보안심사위원회 개최 결과 강 의원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정부 부처가 현직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사례는 극히 보기 드물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상 국가 기밀 누설자나 이를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수집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 113조에) 돼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시사한 여당은 ‘황교안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내년 총선으로 ‘판’을 넓히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부의 형사고발 발표 당일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소집하고 “강 의원 배후에 대해 사법당국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조정식 정책위의장)” “한국당의 강 의원 비호 입장을 보면 제1야당 참여 행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이해찬 대표)” 등 포문을 열었다.
‘구걸외교’ 프레임 형성에 나섰던 한국당은 ‘강경화 경질’로 맞불을 놓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능 외교를 하는 강경화 외교장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의 고립, 대립, 무능 외교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단순히 강 의원 기밀 누설로 몰고갈 게 아니라 우리 외교가 쇄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점식 의원은 강 의원에 대한 고발 취소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강 의원과 똑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예상된다. 27일 산케이(産経) 신문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와 달라는 방한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28일 한 한국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강 의원이 밝힌 (한미정상 통화) 내용은 국가 기밀로 볼 수 없다”며 “강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처벌해야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