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 시기가 내년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자금 줄이 막힐 것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연말을 매수 적기로 보고 집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달아 쏟아진 부동산 대책 대부분은 다주택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비정상적인 주택 거래를 통해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 하에 이같은 대책을 펼친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다주택자(2주택자 이상)가 주택을 매수한 비중은 서울을 기준으로 2012년 3.5%에서 올해는 13.8%를 차지했다. 이는 5년간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8.2대책의 소기의 성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갭투자자의 위축이다. 갭투자자란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적은 자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투자자를 말한다. 돈줄이 막힌데다 금리인상 기조와 내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시행 등으로 차익은커녕 애를 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자금 동원력을 갖춘 다주택자들은 갭투자자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며 왕성하게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잠실, 마포 등에서는 8.2대책 전과 비교해 1~2억원씩 집값이 뛴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잠실 리센츠' 전용 84.99㎡는 7월 12억4250만원에서 10월 14억6000만원으로 3달 만에 무려 2억1750만원 상승했다. 마포 용강동의 'e편한세상 리버파크' 전용 84㎡도 11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규제 전인 7월 대비 1억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규제 발표와 시행시기의 차이를 꼽았다. 8.2대책에 포함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는 내년 4월,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내년 1월로 시행시기가 정해져 그 틈을 타 추가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정부 규제에 아랑곳 않는 이유로 안 팔고 버티면 그만'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가 시행되더라도 집을 팔지 않으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논리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규제는 투기수요의 주택 매수 및 아파트 청약 기회를 제한하고, 집을 팔 경우 시세 차익분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하는데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집값을 잡으려면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8.2대책 발표 후 4개월여간의 숙고 끝에 12월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고가 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만한 확실한 인센티브가 빠져있어 임대 등록을 하는 다주택자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큰 폭의 집값 상승은 규제 발표와 시행시기가 맞지 않아 빚어진 이상 현상으로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월 다주택자 추가대출 규제와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시행은 집값이 꺾일지 여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면서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보유세 인상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커 다주택자들은 이래 저래 사면초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임대등록 인센티브 방안을 지켜본 후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며 "향후 전개될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