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2일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가업상속공제도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실적이 독일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개년(2011~2015년) 간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연평균 62건에 불과한 반면, 독일은 우리나라의 약 280배 많은 1만7000여건에 달했다.
공제금액 규모에서도 차이가 컸다. 우리나라는 5개년 평균 약 859억원에 그쳤으나 독일은 434억유로(약 5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약 650배 많은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한정된 적용대상과 △엄격한 적용요건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이라는 한정된 적용대상과 피상속인의 10년 이상 가업영위나 상속인의 가업종사·대표자 취임 등 엄격한 적용요건을 다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반면, 독일에서는 2016년부터 적용대상이 한정됐지만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에 대한 요건은 없어 우리나라보다 쉽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7 세법개정안이 중견기업의 상속세 납부요건 신설, 공제한도의 가업 영위기간 조정 등을 포함하고 있어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속세 최고세율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상황, 기업영속성과 종사근로자 고용안정 측면에서 가업상속공제의 요건 강화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정책을 신뢰해 가업승계를 준비했던 기업에게는 세부담이 증가하는 등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사회 전체적 이익 실현을 위해서도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대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결과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상속기업 및 일자리의 보존이라는 사회적 이익의 실현에 중점을 두고, 제도의 적용대상을 전체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제도의 입법목적이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세금감면액 이상을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공제대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보다 확대하는 것이 규모 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며, 필요성 심사를 통해 상속세로 인해 존속이 어려운 중견기업에 한정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견기업의 경우 과세형평 측면에서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적용대상보다 고용유지 요건을 강화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공복리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