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햄버거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의 위생 점검 관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 업체 중 하나였던 맥도날드 측이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공표금지를 요청했으나 소비자원은 “문제가 없다”며 맥도날드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가 “소비자원에 대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원은 10일 오후 햄버거 프랜차이즈 6개 업체와 편의점 5개 업체에서 수거한 총 38종의 햄버거에 대한 위생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8종의 햄버거 중 37개의 제품에서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유발하는 장출혈성 대장균을 포함한 위해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맥도날드 ‘불고기버거’ 2개 제품 중 1개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100/g 이하) 대비 3배 이상 초과 검출됐다.
결과 발표에 앞서 맥도날드 측은 법원에 소비자원의 햄버거 위생 실태 점검 결과 공개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소비자원이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및 식품첨가물공전’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원이 제품 구입 즉시 저온상태의 밀폐·멸균 용기에 보관하지 않고 고온다습한 한낮에 일반 종이백에 넣어 외부 이동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맥도날드의 가처분신청으로 미뤄진 조사 결과가 이날 발표됐다. 소비자원은 당초 지난 8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맥도날드 주장, 과학적 근거 없어”
소비자원 측은 “시험결과 문제가 된 업체인 맥도날드와 간담회를 개최해 시료채취·시험방법, 시험결과를 설명했고 별다른 이견이 없어 언론을 통해 8일 정보 제공을 예정했으나 맥도날드가 보도 전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맥도날드는 소비자원에 시료채취 절차 및 시험결과에 대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을 근거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행정기관이 아니므로 식품위생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식품 안전검사의 경우 내부 지침에 소비자원의 권한 범위 내에서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료 수거·운반 절차 등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어 그 결과는 객관성 및 정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시료채취는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식품공전에서는 ‘시료구입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기관에 운반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시료의 선도 유지를 위해 사전에 최단거리 구입 동선을 계획해 불과 4시간도 채 경과되지 않은 시간 내에 검사기관에 시료를 인계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며 “식약처와 달리 소비자원은 강제수거 권한이 부재해 영수증을 시료채취의 근거로 삼고 있어 이를 시료구입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문제가 된 햄버거를 판매한 맥도날드 강남점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불가피하게 시료 구입 후 약 2~3분 이동 후 밀폐 처리해 냉장 운반한 사실이 있다”며 “신청인(맥도날드)은 이 사실을 문제 삼아 이동 중 황색포도상구균이 오염되거나 기준치 이상으로 증식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소비자원은 그 이유에 대해 △포장 구입 시 햄버거가 밀폐 포장과 종이봉투 또는 전용 쇼핑백으로 2중 포장돼 있어 외부 공기를 통한 황색포도상구균의 오염이 불가능해, 문제가 된 햄버거는 원재료(패티 또는 야채 등) 또는 조리 작업대, 조리종사자(옷, 손, 비강 등) 등을 통해 해당 식중독균이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최적의 조건(온도, pH, 수분활성도, 영양공급 등)에서 황색포도상구균 1마리가 2마리(2배)가 되는 시간은 약 30분이기 때문에 이번 햄버거에 초기 오염돼 있던 황색포도상구균이 2~3분 실온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시험결과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유감이지만 존중… 투명한 조사 과정 정착되길”
한편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이날 “유감이지만 존중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맥도날드는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소비자원에서 식품공전에서 규정한 미생물 검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은 인정이 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해당 절차 위반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본안 소송을 통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가처분신청이 공표금지를 위한 가처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처분 심리 중 조사 내용이 사전 유포됨으로써 가처분 의미가 희석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사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식품위생법 상 절차를 준수한 투명한 조사 과정이 정착되기를 바라며, 법원의 가처분 심리 중 조사 내용에 대한 사전 유포 행위,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진행한 햄버거 실태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소비자원을 상대로 본안 소송을 진행할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