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선광 기자]서울 동작구 신청사 건립논란을 계기로 자치단체 청사 건립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던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 논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사 건립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자치구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적지 않은 구청들은 행정수요에 따라 신청사 건립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작구 사정은 어떨까.
동작구 현 청사는 1981년 지어졌다. 올해로 35년 된 이 건물은 지하1층, 지상5층, 연면적 1만2390㎡에 달한다. 본청에 소속된 인원은 821명이다. 하지만 청사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662명뿐이다. 나머지 159명(7개 부서)은 인근 사기업 건물에 임대공간을 마련해 근무하고 있다. 행정수요에 따라 공무원 숫자는 늘어났지만 본청 공간이 협소한 까닭에 부득이 임대를 하고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청사는 노후화에 따라 안전등급이 D등급으로 떨어진 상태다. 행정자치부 조사결과, 구조적으로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나왔다.
노후도로만 따지면 강북구 청사가 두드러진다. 강북구 청사는 올해로 42년이나 된 낡은 건물이다. 지하1층, 지상6층에 1만511.94㎡에 이르는 청사에는 9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동작구와 마찬가지로 공간이 협소해 미아동복합청사를 따로 내어 1개동 주민센터, 5개부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구의회, 보건소가 따로 떨어져 있어 부서간 칸막이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안전등급은 지난해 리모델링으로 D등급에서 올해 C등급으로 향상됐지만 공간 자체가 작다보니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976년 건립돼 노후도는 강북구 청사 못지않은 영등포구 청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본청에 행정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3곳에 별도 업무공간을 마련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청사 건립 당시에 비해 조직과 업무량 증대로 여러 곳으로 부서가 나뉘어 있다"며 "업무 공간 협소로 근무 여건이 열악하며 이동 거리가 길어 업무의 능률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방 민원인의 경우도 구청을 방문했다 해당부서를 찾기 위해 다시 가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강서구는 1977년에 5층짜리 청사를 마련했다. 1986년과 2004년 각각 1개층을 증축했지만 별관만 3개를 둬야할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다.
노후화로 인한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C등급 건물이기에 더 이상의 증축은 불가능한 상태다. 1992년 건립돼 비교적 건물 노후도가 덜한 양천구 청사 역시 부족한 공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복지수요 증가에 따라 늘어난 복지관련 업무인원은 늘어났지만 본청에서는 수용할 수 없어 인근 해누리타운으로 부서 5개부서 121명이 따로 나가 근무하고 있다. 25개 자치구 중 최근 10년내 신축한 자치구 청사는 성동구, 금천구, 마포구, 도봉구, 용산구, 성북구, 관악구 등 7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치구는 리모델링 등을 거쳐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에는 건립비용이 문제다. 일부 자치구를 제외하고 복지부담 등으로 인해 서울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통상 15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새 청사를 짓는 게 타당하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상존한다.
동작구의 경우, 현 청사 부지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행정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낡은 청사로 고민하고 있는 여타 자치구도 동작구 신청사 건립에 대한 여론추이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신청사 건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스런 반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유애지 간사는 "지역이나 자치구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자치구 재정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신청사를 짓는 게 시민들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간사는 과거 성남시나 용인시 청사 건물 신축 당시 시장실 면적만 수십평에 달해 비판 받았던 것을 상기하면서 "아직까지 신청사가 주민보다는 공무원을 위한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사 신축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자치구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유 간사는 "정말 필요에 의해서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하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좀 어렵다"며 "이 때문에 신청사가 과연 해당 주민을 위해 지어지고, 얼마나 새롭게 바뀌느냐가 중요하다. 외관의 화려함이나 최첨단으로 지어졌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주민들에게 와 닿는,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다가가면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