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약 10시간 만인 3일 오전 동해상에서 단거리발사체(미사일) 6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군 당국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반발하며 다음주 시작될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일종의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시작으로 준중거리 미사일까지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께 원산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단거리발사체 6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KN-01' 단거리미사일이나 지대공미사일, 300㎜ 방사포 등을 발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비행거리는 100~150㎞로 전해진다.
북한은 이날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는 등 기습적으로 단거리발사체를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당일 기습 발사를 감행한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 당국은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이나 해안포 발사, 비무장지대(DMZ) 무력시위, 사이버테러 등을 감행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시작으로 스커드, 노동, 무수단 같은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등을 '릴레이 발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2월에도 6일과 8일 동해상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으며, 같은해 4월에는 2일과 3일 서해상에서 이틀 동안 단거리미사일 수발을 발사했었다.
특히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며 미·중 간 대립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잠시 가라앉았던 사드 배치 문제가 북한의 추가 도발로 다시 떠오르면서 미·중 간 대립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NLL 일대에서 해안포를 발사하거나 동해상에서 스커드 미사일 등을 추가적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낮은 수준의 무력 도발에서 점점 높은 수위의 도발로 그 단계를 높여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특히 미사일 발사로 사드 배치 문제가 다시 점화되면 미·중 간 갈등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군사적 긴장감을 더 높이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북측 동향을 면밀히 감시 중이며 감시·대비태세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