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우리나라와 미국이 이번주부터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 양국 모두 사드 배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배치한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이르면 상반기 안으로 배치 지역 등에 대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미국은 본토에 있던 패트리엇(PAC-3) 미사일 부대를 우리나라에 추가 배치했다. 미사일 요격부대를 한반도에 전진 배치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미사일 위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이 부대의 상급부대가 사드 포대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사드 배치 협의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맡아 국내에서 이르면 이번주 초부터 진행하게 된다. 우리 측에서는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미국 측에선 로버트 헤드룬드 한미연합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이 각각 대표를 맡았다. 우리 측 외교 안보부처 담당자들과 미국 측 주한미군과 미 대사관 관계자 등 20여명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다.
양국은 그동안 비공식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고 전개 비용 및 운용비는 미국 측이, 부지와 기반 시설(전력, 상·하수도 등) 제공은 우리 측이 부담하기로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해서는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 안전·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평택과 경북 대구·칠곡(왜관), 전북 군산, 강원 원주 등 5~6곳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방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동실무단은 지역 여론 등을 고려해 사전 설명 절차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 레이더(AN/TPY-2)의 인체 유해성 논란과 개발 제한 등의 문제로 지역 주민의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안다"며 "주민 건강과 지역 환경에 영향을 준다면 이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해를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있는 제 11방공포여단 예하 43방공포연대 1대대 D포대를 우리나라에 순환배치했다. 미 본토의 패트리엇 부대가 한반도에 전진 배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D포대는 패트리엇(PAC-3) 1개 포대로, 요격미사일 8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1방공포여단은 사드 포대도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고려하면 D 포대 배치는 한·미 양국의 군사 협력 강화 조치이자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을 입증하기 위한 기술적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양국은 사드 배치 논의가 길어질수록 지역 주민 반발이나 여론 분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이 커질 것으로 보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는 군용 수송기를 이용해 전세계 어디든 24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무기 체계로 알려져 있다. 논의 과정만 순조롭다면 배치 결정 이후 1~2주일 안에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중 평택, 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시민사회와 야권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 저지투쟁을 선언하는 등 사회적·지역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