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정부가 10일 개성공단에 대해 전면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개성공단이 우리측에 의해 중단되는 것은 두번째가 됐다. 다만 이번 조치는 핵 등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응해 개성공단 방문을 일시 금지한바 있다. 북측은 지난 2009년 3차례의 통행 차단에 나서는 등 자신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시로 개성공단을 이용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남북 간 최후의 완충지대라는 평가를 받았던 개성공단은 이처럼 남북 관계와 정치 상황에 따라 늘 조마조마한 위기를 겪어왔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이 고조될 때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위협의 대상으로 삼았고, 우리 정부도 2010년 4월 천안함 침몰 사건 등 때로는 개성공단 방북을 금지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보였다.
10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평양을 찾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 등 북한 최고위층을 만나 개성공단 건설 프로젝트에 구체적으로 협의하면서 첫 삽을 뜨게 됐다. 당시 우리 정부 내부에서도 개성공단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이 일부 있었으나,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경협이 잘되면 남북 평화도 빨리 온다"며 반대 분위기를 무마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남북은 2002년 9월 경의선·동해선 연결 공사에 착공했으며, 북한은 같은해 11월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하게 된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1단계 개발이 시작돼 이듬해 시범단지 생산품이 처음 반출됐다. 2005년 1차 기업 분양이 완료됐으며, 2006년 1차 입주기업의 생산품이 반출됐다. 특히 2006년에는 23개 기업이 입주하면서 본격 가동됐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순풍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08년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자 북한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기존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며 토지임대료와 임금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북측은 "이에 불응하는 남측 기업은 공단을 떠나도 좋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공단 폐쇄에 대한 불안감 역시 높아졌다.
북한은 2009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개성공단의 통행을 3차례 차단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잇달아 터졌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통행을 금지하고 신규투자 제한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개성공단 방북을 일시 금지하기도 했다.
2013년 4월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북한은 당시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 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국 공단에 체류하던 남측 인력들이 모두 철수했고 공단은 잠정 폐쇄됐다. 이후 5개월이 지난 9월에야 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렸다.
개성공단은 지난해 8월에도 북한군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으로 다시 한 번 위기를 겪었다. 공단 출입경 인원에 제한을 받으며 정상 가동에 난항을 겪은 것이다. 출입 제한 조치가 이뤄질 때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입주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개성공단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북한 경제에 단초를 제공하며 남북한이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 정부의 노력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된 결과가 됐다"고 평가했다.
홍 장관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5억6000만달러)의 현금이 유입됐고, 지난해 1320억원(1억2000만달러)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