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460호에 유동화 전문회사 가운데 하나인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가 채권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협박, 주거침입 등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는 기사를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이 회사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례들이 추가로 접수됐다.
피해 사례 속속 드러나
30억 원 상당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L모씨는 연합자산관리㈜ C이사로부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요와 협박’을 받아 왔고, 이에 대해 제보하면서 이 회사 대표자 및 감사실에 실무자 C씨의 위법 부당행위를 일일이 지적하면서 통화내용 녹취록을 첨부, 자체 징계를 원한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암코 소속의 C씨가 법률대리인 명의로 경매법원, 파산법원, 회생법원 등에 서면을 통해 반복적으로 L씨에 대해 비난과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L씨가 보유하고 있는 30억 원 상당의 채권을 자신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13억 원 가량에 매각할 것을 강요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사소송, 형사고소를 한다는 협박을 지난 4월 이후 계속해 왔다는 것이다.
L씨가 볼 때 본인이 보유한 채권을 특정한 인물에게 헐값에 매도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편취하려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 대출금 190억원 350억 원으로 늘어
또 아스콘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K씨 역시 유사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고, 이들 피해자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소송과 고소를 들먹이는 유암코에 대해 공갈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왔다.
K씨는 2008년에 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으로 190억 원을 대출받았고 이후 건설업계의 불황으로 3개 회사로 분사되었는데, 이 때 채권과 채무가 동시에 나눠졌어야 함에도 은행에서 대출금 등 채무를 분리할 수 없다고 하여 약 260억 원의 부도가 발생했다.
이 채무가 결국 은행에서 유암코에 넘어가게 되었고 K씨는 다른 사람을 통해 이 채권을 매입하려고 시도했으나 유암코가 일체의 대응을 해주지 않아 그마저 실패하고 분사된 3개 회사가 모두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씨에 따르면 유암코는 최초의 채권최고액 260억 원 모두를 회수했고 이마저 부족하다고 하여 개인 담보물건 10억 원까지 경매에 붙여 현재 '채권부존재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유암코가 주장하는 현재 채권액은 최초 은행에서 대출받은 190억 원보다 훨씬 늘어난 350억 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유암코 측의 답변을 듣고자 시도했으나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무법인 직원과 밀월관계
유동화 전문회사란 자산의 유동화(流動化)를 위해 세워진 금융회사의 한 형태로서 1998년 9월 제정된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회사를 말한다. 자산 유동화란 현금화되지 않은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말하며, 예를 들면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은 직접 매각하지 않는 한 현금화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게 되면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현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으로 바꿀 수 있게 되고 이러한 형태의 금융행위를 자산유동화라고 하는 것이다.
채무자의 옥상옥
이 유동화 전문회사를 흔히 SPC(Special Purpose Company)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특수목적을 가진 회사가 되는데 여기서 특수목적이란 바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 연합자산관리의 C이사는 업무와 관련된 모 법무법인 직원과도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이들은 260억 원 규모의 채권 양수도 계약에 관여해서 개인적인 이익이 채권의 추심행위 과정에 개입할 소지를 남겼고, C씨의 도움으로 특정한 법무법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결국 C씨의 비호 아래 법률대리인 이름으로 모든 소송행위를 전담하면서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채권추심은 물론 향후 발생할 채권수익의 일부를 배당 받을 수 있는 이면계약을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C이사와 L씨가 통화한 녹취록에는 L씨의 혐의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결국 이것은 혐의도 없는 L씨를 옭아매어 채권을 헐값에 넘기도록 강요하고 협박함으로써 넘겨받은 채권을 나눠먹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유동화 회사 감독해야
위 아스콘 생산업체 K씨는 유동화 전문회사에 대해 최초 설립의 취지가 변질되어 경제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기업을 망하게 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존엄성 상실 수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과 유동화 회사만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으로서 관련제도와 법을 조속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K씨는 유암코의 한 임원으로부터 "갈 데까지 가보자, 하얀 피까지 빼 먹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치를 떨고 있다.
나빠진 국내경기에 기업경영이 힘들어진 대부분의 기업을 돕고 회생의 길을 모색해 주어야 할 금융권 일부가 회생 가능한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며, 악덕 추심회사의 과도한 추심행위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 등 관련기관의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